엄청난 무대세트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지중해의 맑은 하늘빛 줄무늬 배경이 인상적인 무대는 그리스 풍 집의 일부인 하얀 벽과 문으로 만든 두 개의 세트와 식탁과 의자 등의 소품이 전부다. 그러나 사람들은 뮤지컬 '맘마미아(사진)'에 열광한다.1999년 4월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후 미국, 독일, 일본 등 8개국에서 매일 1만5,000여명씩 지금까지 1,000만명의 관객이 이 뮤지컬을 보았고, 5억달러(약 6,00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70년대 세계를 휩쓴 스웨덴 4인조 혼성그룹 '아바'의 노래 22곡으로 구성된 이 뮤지컬을 보다 보면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녹아든 음악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이야기는 한적한 어촌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미혼모 엄마 도나의 딸로 결혼을 앞둔 20세의 소피가 엄마가 사랑했던 과거의 세 남자를 초청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엄마인 도나의 일기장을 훔쳐보던 딸 소피가 엄마의 과거 풋사랑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가 친구들과 부르는 '허니 허니'나 도나와 친구들이 20여년 전 인기가수 시절을 되새기며 부르는 익살스러운 '댄싱 퀸'은 관객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옛 애인을 그것도 한 명도 아닌 세 명을 동시에 보게 된 도나가 부르는 '맘마미아'(우리 말로는 '어머나' 정도), '내일은 결혼하는 날'로 가사를 살짝 바꾼 '치키 치타' 도 마찬가지다. 어촌의 배의 이름이 '워털루'라고 적혀 있는 등 소품까지도 아바의 노래에 맞췄다.
제작자인 쥬디 크레이프와 원작자인 캐서린 존슨은 여성의 시각으로 옛 애인과의 만남과 중년 여성들의 우정,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딸과 남자 친구와의 사랑 등을 교직했다. 그래서 런던에서는 '아줌마 뮤지컬'로도 불린다. 세 남자 중 한명은 게이, 어머니의 친구를 사랑하는 동네 청년, 미혼모와 딸이라는 설정이 우리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 엉뚱한 가족극의 익살스러운 상황은 독일과 일본의 현지어 공연으로도 대대적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 공연을 연출할 폴 게링턴은 "원작에서 동전 던지기로 승부를 가리는 장면은 한국에서는 가위 바위 보로 바꿀 것"이라는 등 현지화 전략을 예고했다.
신시뮤지컬 컴퍼니, 에이콤, 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80여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내년 1월25일부터 13주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맘마미아'를 올린다. 최근 오디션을 끝내고 원작과 유사한 캐릭터인 박해미 배해선 전수경 이경미 성기윤 박지일 주성중씨 등을 캐스팅했다. 예매는 일찌감치 7월1일 시작된다. (02)577―1987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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