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은 이 땅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몰아내 주었고,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의 주력으로 참전했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는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하얀 밀가루를 보내줬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도움을 줬다.어린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 얘기들은 미국을 '은인의 나라'로 인식하게 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고마운 나라이며 우방이었다. 키가 꽤 자랄 때까지 내게 미국은 온화한 미소를 지닌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나라였다.
지난해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지만 애통하게도 의정부에서는 꽃봉오리조차 열어보지 못한 우리의 어린 딸 미선이와 효순이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저 세상으로 갔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여전히 오만한 자세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건 없다. 도대체 미국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노엄 촘스키와 함께 미국 내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대표적 학자인 하워드 진은 자신의 조국을 '오만한 제국'이라 부른다. 그는 말한다. 미국의 역사는 침략과 정복의 역사라고!
미국은 신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을 몰아내고,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멕시코 땅의 절반 가까이를 삼켰고,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 군대를 파견했으며 하와이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미국은 유럽에서 발생한 비극적 전쟁의 종식과 세계평화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1차 세계 대전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는 뒤늦게 제국주의 경쟁에 뛰어든 미국이 패권을 잡고 국익을 취하려는 행위였다. 약소국의 독립과 민족자결권을 위해 싸웠다는 2차 대전 역시 하와이가 폭격당하고 미 해군이 엄청난 타격을 입은 후에야 참전이 이뤄졌다. 2차 대전은 결국 제국주의 미국의 패권주의와 팽창주의를 선명하게 드러낸 무대였다.
1945년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라는 명목 하에 소련과 냉전을 벌였다. 베트남에 군인을 보내 전쟁을 일으켰고, 네이팜탄을 퍼부으며 지루한 전쟁을 계속해 베트남을 초토화했지만 전쟁에는 졌다. 1961년에는 미국에 대항하는 카스트로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쿠바 망명군을 동원해 쿠바 침공을 감행했으며 미국의 국익을 위해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했다. 91년에는 걸프전,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는데 전쟁을 반대한 유엔의 권고를 무시한 미국의 태도는 '오만'이라는 말로도 결코 충분하지 않다.
하워드 진의 '오만한 제국'은 미국에 대한 편견을 풀고 미국이란 나라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제공한다.
정 재 환 개그맨 겸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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