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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꽂이

입력
200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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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케르테스 임레 지음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케르테스 임레의 '운명' 3부작이 완간됐다. '운명'과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 이어 나온 '좌절'은 작가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다.

기자였던 그는 신문사에서 해고되고,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 취직하고 감옥의 간수로 일하는 등 굴곡의 인생을 살았다. 글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로 결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단 한 편의 소설도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그 좌절의 긴 시간을 지나 작가는 자신의 책 '운명'이 출판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케르테스를 좌절에서 구해준 '운명'은 그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다른우리 1만5,000원.

들국화 송이송이 /송기숙 지음

"그려그려, 그런 사정이 눈앞에 훤하네. 억지 빨갱이가 여러 사람에 못을 박았구만." 어처구니없게 간첩으로 몰려 징역을 산 사람이 있었다. 고향을 떠나야 했고 사랑도 잃어버렸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된 사람은 친구와 만나 고향의 옛 집터를 찾았다. 길가에 송이송이 핀 들국화는 옛 연인이 심은 게 아닐까 싶었다. 송기숙씨의 소설집 '들국화 송이송이'에는 이렇듯 분단이 남긴 상처가 선명하다.

고향을 찾은 두 노인네 이야기인 표제작, 빨치산으로 입산한 시누이의 영혼을 달래는 이야기 '성묘'등 중·단편 9편이 실렸다. 문학과경계사 8,500원.

현기증 /고은주 지음

"현기증이 어디 사랑 뿐일까. 어떠한 현기증도 우리의 삶만큼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만 생의 어떤 한 순간의 증상일 뿐이다." 소설가 신유진이 갑자기 죽었다.

대학 동창인 잡지사 기자 오민영이 친구의 죽음을 기사화하기 위해 편지와 일기, 주변 인물을 찾는다. 소설 쓰기의 고민, 벤처캐피털리스트 김서인과의 사랑을 알게 됐다.

그리고 친구가 두려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지금 내가 사라져 버린다면 과연 무엇이 남게 될까. 오독을 먹고 자란 글들은 살아남는다 해도 결국엔 나에 대한 오해만 키우게 될 것이다." 신유진에게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은 후의 오독과 오해다. 한 사람의 죽음만 그럴까. 잘못 읽혀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비극이다. 이룸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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