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와 경제부처 간에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제도의 축소를 주장하는 정부 부처는 영화인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공격하고, 영화인들은 상대방을 '친미 경제관료'로 몰아붙이고 있다. 중대한 문화·경제적 논쟁이 비이성적·감정적으로 흐르는 점부터 바람직하지 않다.스크린쿼터제는 산업과 문화, 두 가지 면을 함께 보아야 한다. 미국은 항공·군수산업과 함께 영화를 21세기 2대 주력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영화는 세계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자원 빈국인 우리에게도 영화는 미래가 걸린 산업이다. 우리는 스크린쿼터제를 방패 삼아 할리우드 영화의 엄청난 공격을 피하며 국산영화를 성장시켜 왔고, 지금도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질적 성장과 함께 수출에서도 지난 4년 동안 40% 이상씩 성장했다. 이 논쟁은 문화 대 산업의 다툼이 아니라, 한·미 간의 문화전쟁이다. 이 제도가 우리 영화의 성장을 받쳐주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론자들은 이 제도 때문에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이 지연되어 다른 수출업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와 투자협정은 별개의 사안이다. 미국과 투자협정을 맺은 국가는 몽골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 경제가 극히 어려운 나라들이며, 협정을 맺은 선진국은 하나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 측면이다. IMF 체제 때도 이 제도를 지킨 것은 영화가 우리의 삶과 정서, 희망을 담은 문화였기 때문이다. 더 양보하면 한국영화의 앞날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은 통상자유에서 영화의 '문화적 예외'를 인정하고 현재의 스크린쿼터 146일(최소 106일도 허용)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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