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만달러(120억여원)를 들여 제작하는 데 시청자는 한 명도 없는 방송.'미국 정부가 쿠바의 민주화를 위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선무 방송인 '마르티 TV'를 놓고 abc 방송이 비꼰 말이다. 스페인어로 방송되는 쿠바판 '미국의 소리'(VOA)인 마르티 TV는 기자 55명과 프로듀서들이 '뼈빠지게' 만들어 한 주 내내 매일 4시간 30분씩 쿠바 전역에 송출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방송을 접한 쿠바인은 전혀 없다. 쿠바 정부가 수도 아바나 등 각 도시의 고층 건물에 설치한 전파 교란 안테나 때문이다.
재미 있는 것은 10년간 미국이 이 방송에 쏟아 부은 예산은 1억달러(1,200억원)를 웃돌지만, 쿠바측이 쓴 전파 방해 비용은 겨우 수십달러라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방송 관련 경험이 없는 마르티 TV의 대표가 연봉을 13만2,000달러나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방송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마르티 TV는 쿠바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혈세 낭비를 조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지속을 원하는 쿠바계 교민 사회와 망명자 출신 인사들의 로비력이 워낙 막강해 당분간 전파 낭비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abc는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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