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방부와 군의 현역 장성 등 군 고위 간부들의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풀어질대로 풀어진 군 기강과 부패에 무감각해진 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군이 장병 복지금을 횡령하는가 하면, 군 비리 감시 책임자까지 수뢰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급기야 12일에는 '헌병의 총수'인 국방부 합조단장까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데 이어 군의 최고 첩보·수사기관인 기무사령부 소속 중령(대구공군기지 기무부대장·대령 진급예정)이 외부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 안팎에서는 "군내의 '먹이 사슬 구조' 에 대해 일대 수술을 하지 않는 한 비리 근절은 요원하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끊이지 않는 군 비리
지난 4월10일 불거진 국방부내 국방회관 수입금 횡령 사건에는 무려 현역 장성 4명과 대령 3명 등 모두 9명이 연루됐다. 국방회관 수입금은 장병 복지금으로 활용돼야 하는데도 관리소장 서모(군무원 4급)씨는 4년 동안 3억여원을 횡령했고, 국방부 사무실에서 버젓이 직속 상관인 장군과 대령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했다.
또 육군본부 감찰차감 유모 준장은 진급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4월19일에는 진급 청탁과 취업 알선 명목으로 이모 육군 준장으로부터 2,500만원을 전해 받은 전 전남도의원 권모씨가 불구속 기소됐다.
12일 경찰이 발표한 인천공항 외곽시설 공사 관련 뇌물 사건은 군 시설 공사 책임자인 전·현직 국방부 시설국장 2명과 전 합조단장 등이 연루된 군 비리의 결정판으로 꼽히고 있다.
군 비리사슬의 구조화
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군이 '비밀'을 명분으로 비리를 적발하고도 감추는 경향이 강하고, 이 때문에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처벌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용두사미식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방회관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전 근무지원단장(현역 소장) 1명은 재판 과정에서 보석으로 석방됐고, 현역 장성 1명 등 관련자 5명도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국방부는 자체 징계위 등을 통해 풀려난 이들을 징계하겠다고 했으나 재판에 회부되지 않으면 퇴직금과 연금수혜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봐주기'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군 구조의 전면 개혁과 군내 투명성 확보 없이 국방예산만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군내 만연돼 있는 비리와 낭비구조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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