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더러운 거짓말을 언론에 흘리고 이리저리 확산시키는 비열한 자들이다."한스 블릭스(75·사진)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미국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30일 퇴임하는 블릭스는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라며 갖은 위협과 비방전을 일삼는 그들은 마치 모기에 물린 상처처럼 성가시고 끈질겼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불한당'(bastards), '지옥에 떨어질'(damning) 등 거친 욕설까지 들먹이며 미국에 대한 원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가디언은 "미국의 구박을 견디며 명랑한 척 해 온 블릭스가 퇴임을 앞두고 외교적 수사를 벗어던졌다"고 전했다.
블릭스는 "워싱턴은 WMD가 나오지 않는 것이 나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덮어 씌우는데 만족하지 않고 악의적인 루머들을 퍼뜨렸다"며 "바그다드에선 내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내와 나에게 분명 상처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블릭스는 이어 "부시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사찰결과 보고서에 더 많은 악담을 써넣으라고 사찰단을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또 "미국은 유엔의 권위와 상징성을 무시하고 소외된 권력으로 전락시키려 했다"며 "유엔이 이스트 리버(뉴욕 유엔본부 근처에 흐르는 강)에 익사하길 고대하는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이 전쟁 전에 유엔의 승인을 얻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전쟁 직후 직접 사찰단 1,300명을 임명했는데,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와 유엔의 주장대로 다국적 사찰팀을 파견했어야 했다"며 미국의 독선에 끝까지 일침을 가했다.
블릭스는 이 날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라크의 WMD에 대해 미국이 제시한 정보는 비논리적이었고 충실하지 못했다"며 "국가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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