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즘, 군사독재, 공산화가 지나간 후 제도의 이름으로 자행된 불법 등 각국의 과거사 청산 사례를 함께 살피는 학술대회가 열린다.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은 13일 대학 내 엔지니어하우스 대강당에서 '과거 청산―국가별 사례와 쟁점'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은 물론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 사례도 집중 분석한다. 연구 책임을 맡은 안병직(사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각국이 아픈 과거를 어떻게 청산했으며 그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은 무엇인지를 규명해 우리 문제의 논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심포지엄의 의의를 밝혔다.
'구 동독 독재의 사법적 청산'을 발표할 한운석 연구원은 미리 배포한 요약문에서 사회적 평화를 위해 옛 동독 국가안전부의 사찰 문서를 봉인하고 과거 청산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주장과 독재 가해자들을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서 '처벌보다 화해와 통합'을 원칙으로 원만하면서 철저한 과거 청산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독일 당국은 사찰 문서에 대해 당사자들과 학술 연구자에게 열람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해 진실 규명의 길을 텄다. 하지만 동독 시절 불법 행위자 10만 명에 대한 6만2,000건의 수사를 하고도 실제 유죄 확정 판결은 0.3%에 그쳤다. 한 연구원은 독일의 성공적 과거 청산은 통일 과정을 주도한 서독의 법치국가적 제도와 엘리트의 역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류진현 연구원은 '과거 청산과 지식인―프랑스의 사례'에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프랑스는 정부가 재판을 통해 나치 부역자를 사법 처리한 것과 별개로 전국작가회의 주도로 부역 지식인을 자체 숙청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인적 청산의 강도와 범위는 역시 논란이 됐고 반 세기가 흐른 현재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공과를 따지고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았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도 '뉘른베르크 재판과 나치 청산' '청산 없는 청산―프랑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칠레의 과거 청산과 실종자 문제' '과거 청산에서 진실과 화해―남아공의 사례'등이 발표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논문 6편만 발표되지만 60여 명의 연구원이 내년에 마무리할 전체 연구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알제리는 물론 서인도 제도의 마르티니크까지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전역의 과거사 청산 사례를 망라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연구의 중간 성과는 인터넷 홈페이지(past.snu.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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