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난감하게 됐다.이라크 전쟁 승리로 날개를 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분쟁까지 해결함으로써 평화의 중재자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10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다수가 사상함에 따라 중동 평화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속타는 부시
이날 두 차례에 걸친 이스라엘 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무장단체 요원 등 5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했다.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인 '테러리스트' 압둘 아지즈 알 란티시를 표적으로 했다지만 정작 란티시는 부상만 당하고 목숨을 건졌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것은 4일 부시 대통령,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3자 회담에서 '중동평화안' 이행에 합의한 지 1주일 만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평화안을 주도한 부시로서는 출발부터 지뢰가 터진 셈이다.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중동평화 계획이 좌초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번 사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11일 "이스라엘이 부시의 따귀를 때렸다"고 평가했다.
부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3자 회담 이후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던 생각을 접고 "이번 사건은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내부 테러리스트 단속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쏟아지는 국제적 비난
이스라엘은 란티시가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먼저 테러를 가한 데 대한 불가피한 응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비난이 무성하다. 압바스 총리는 "평화 노력에 장애가 되는 추악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평화과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공격은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도 "3자 회담 합의 위반"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시리아, 이집트 외무장관과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이스라엘측이 로드맵을 위반하고, 나아가 평화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목청 높이는 무장단체
평화안 실천의 결정적 변수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장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사태가 꼬여갈 가능성이 높다.
하마스는 10일 압바스 총리에게 "이스라엘과의 모든 접촉을 중지하고 로드맵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하마스와 지하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정치조직 파타운동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민족주의자와 이슬람 부대(NIF)'도 성명을 발표, "무장봉기를 계속하고 독립과 팔레스타인 난민 복귀, 예루살렘 해방 달성을 위해 더욱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 담당 보좌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동시에 전화를 걸어 사태 악화 방지에 나섰다.
자칫 이번 사태로 압바스 총리의 입지가 약화되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득세함으로써 미국의 중재력에 치명적인 손상이 오기 때문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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