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환경 / 환경연구원 1차 31개 동굴 조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환경 / 환경연구원 1차 31개 동굴 조사

입력
2003.06.12 00:00
0 0

전국에 1,000여개 이상의 동굴이 존재하지만,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된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방치되고 있어 도굴 등에 의한 훼손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충북 단양군의 안산안굴과 강원 강릉시 남산골굴 등 모두 31개의 자연동굴을 조사한 제1차 전국자연동굴조사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연구원은 2016년까지 연차적으로 전국의 동굴 650여개를 조사해 나갈 계획이다.도굴 훼손 심한 안산안굴

충북 단양군 단성면에 위치한 안산안굴. 주동굴 길이가 158m, 총길이가 456m에 이르는 안산안굴은 1970년대 발견된 후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제대로 보호되지 못해 전문 도굴꾼의 집중적 표적이 돼온 대표적 동굴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도굴로 심하게 훼손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동굴 안에서는 도굴시 사용됐던 햄머, 망치, 정, 톱 등이 20개 이상 수거됐다. 전문 탐험가 수준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서도 도굴 장비가 나왔다. 이 같은 도굴로 종유석, 석순 등 상당부분 파괴된 상태였고, 곳곳에 종유석 등이 버려져 있었다. 일부 동굴 벽에서는 낙서까지 나왔다. 연구원 서인순 박사는 "다양하고 수려한 동굴 생성물과 복잡한 동굴구조 등으로 잘 발달된 동굴이지만, 훼손이 워낙 심해 중급 가치인 동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훼손에도 안산안굴에서는 동굴에만 서식하는 갈르와벌레류와 김띠노래기 등 희귀동굴 생물 22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석곤충이라 불리는 갈르와벌레류는 동굴내 토양층 돌 밑이나 나무토막 등에서 간혹 발견되는 원시형 곤충. 몸길이 20∼25㎝ 의 한국특산종인 김띠노래기는 습기가 있는 곳에 서식, 동굴환경의 지표종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갯벌 등 유기물이 많은 곳에서 성장하는 결핵체가 사질 퇴적층에서도 성장한 것으로 밝혀져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서 박사는 "그동안 이 동굴은 보호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해 훼손이 극심했다"며 "일대에서의 동굴생성물 매매에 대한 단속강화 등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릉동굴

이번에는 강원 강릉시 옥계면과 강동면 등에 집중적으로 위치한 30개 동굴에 대한 조사도 시행됐다. 이들 동굴은 총길이가 20∼50m 내외로 소규모이지만 동물 생물상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의 남대굴에서는 점토 퇴적물이 기이한 형태를 이루고 있고, 북동리의 고구마굴은 특히 석순과 종유석의 상태가 뛰어나 보존가치가 높은 것을 나타났다. 또 옥계면 산계리의 남산골굴에서는 장님좀먼지벌레 등이 발견됐고, 마귀할미굴에서도 김띠노래기 등 다양한 생물상이 나타났다. 산계리의 석병산 수직굴은 능선의 경사면에 위치, 등산객이 빠질 우려가 있어 보호시설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원 오경희 생물자원과 과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연동굴은 지질학적, 생물학적, 고고학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동안 거의 방치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동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체계적 보존대책이 수립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종유석·석화·유석… 고생대 지질이 보여요

종유석, 석순 등 동굴 생성물은 수십 만년의 역사 속에 형성된 독특한 지형 자원이다. 모양 자체가 기이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국내 고생대의 지형, 지질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지만 그동안 거의 방치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종유석은 동굴천장으로부터 떨어지는 물을 따라 천장에서부터 만들어지는 돌 생성물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동굴 생성물 중 하나. 석순은 종유석에서 떨어진 물에 의해 바닥에서부터 형성되는 것. 동굴내에서 종유석이 발견되는 곳에서는 동굴 바닥에서 석순도 많이 발견된다. 천장의 종유석과 바닥의 석순이 성장해 만나게 되면 석주라고 부르는 돌기둥이 만들어진다.

동굴에서는 천장 뿐 아니라 벽을 따라서도 물이 흐르는데, 벽면에 흘러내린 물에 의해서 생긴 생성물이 유석이다. 유석은 크기가 다양하고 여러 형태를 띠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또 동굴 바닥에는 물이 모여 여러 개의 작은 호수가 형성하는데 이를 휴석소라 한다.

동굴 생성물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석화. 동굴내에서 꽃처럼 피어나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벽면이나 암석의 틈 사이로 서서히 스며 나오는 물이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모든 동굴 생성물 위에서 형성되는 동굴 산호는 바다의 산호처럼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팝콘처럼 생겼다고 해서 동굴 팝콘이라고도 불린다.

결핵체는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 퇴적물이 쌓인 후 퇴적물 속에서 탄산칼슘이 침적돼 타원체로 성장하는 동굴생성물. 갯벌과 같이 유기물이 많은 곳에서 흔히 발견되나 이번 조사에서는 사질 퇴적층에서도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