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 실시지역 지정권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 방침은 우리 교육의 질에 미칠 영향에 비추어, 보다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수준의 발상이라고 말하지만, 교육은 행정의 효율성이나 지방분권 같은 개념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교육부 방침이 발표된 뒤 하루 이틀 사이의 움직임은 비평준화 지역에서 평준화를 수용하자는 논의는 활발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운도 떼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론에 민감한 선출직 교육감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평준화 쪽으로 기울어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만일 이 방침이 확정된다면 몇년 사이 비평준화 지역이 많이 사라져 중등교육의 수준과 질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런 정책에는 반드시 교육의 질을 유지 발전시킬 보완대책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런 고려 없이 지정권 이양을 추진하는 것은 균형 잡힌 정책이라 할 수 없다.
평준화 교육은 고교입시 과열과 계층간의 위화감을 막고, 학교의 균형발전과 학생들의 통학 등에 많은 장점이 있다. 반면 비평준화는 학교선택권 보장, 교육의 수월성 보장 같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평준화와 비평준화 요소가 적절히 혼합된 다양한 제도로 양쪽의 수요를 골고루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과학고 외국어고 예고 같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같은 학교를 늘려가야 하는데, 그런 학교의 설립이나 전환 허가권은 움켜쥐고 평준화로 갈 수밖에 없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반쪽의 수요를 외면하는 꼴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 못하는 학생이 많은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교육정책이 인기와 여론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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