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 미선, 두 여중생의 미군 장갑차에 의한 사망사건 1주기는 한미관계를 이성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어린 영혼을 추모하고, 이들의 죽음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헤아려야 한다. 우리는 또 한 차례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줄 기회를 맞은 셈이다. 분위기에 휩싸여 대책 없는 반미를 주장하는 감정적 대응이나, 추모집회를 국론분열이나 국론낭비의 시각에서 보는 편협성 등은 모두가 바람직하지 않다.두 여중생 사망사건은 촛불시위의 위력과 맞물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요구를 뛰어넘어 한미동맹의 근간을 위협했고,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한미동맹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미 2사단 이동배치 문제 등 안보현안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 사건은 '미국과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던졌고, 사태를 안이하게 접근했던 양국 정부에 충격을 주었다. 한국정부는 공무 중 사건임에도 재판관할권 이양을 요청했고, 실현성 여부와는 별도로 SOFA 개정협상에 적극성을 보였다. 미국은 사과 수위를 높여 급기야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를 통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범국민대책위의 활동상은 괄목할 만했다.
13일 오후 광화문에서의 대규모 촛불시위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추모행사가 예정돼 있고, 고건 총리는 11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 추모행사가 절제된 모습으로 경건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촛불시위가 새로운 형태의 참여와 집회문화로 자리잡은 것은 틀림없지만,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때 시민의식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 그래야만 두 여중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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