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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이대로 침몰하나/야구전문가 3인 긴급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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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이대로 침몰하나/야구전문가 3인 긴급 진단

입력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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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한국시각) 열린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의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국내 팬들은 절망을 보았다. 41일간의 부상공백 끝에 부활의 염원을 안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그가 얼마나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는지 확인시켜줬다. 역동적인 팔의 스윙과 허리와 하체를 이용해 힘차게 내딛는 키킹 동작은 오간데 없이 거의 선 상태에서 처진 어깨로 공을 밀어넣기에 급급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는 박찬호의 얼굴에는 패배감만이 가득했다. 단지 슬럼프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 지를 염려해야 할 처지다. 우울하던 시절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던져주던 코리안특급의 재기는 가능할까. 전문가 3인의 3색 진단을 들어봤다.

허구연 MBC해설위원-재기 할 수 있다 박찬호 부상의 깊은 골은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부상의 출발점은 2001시즌 LA 다저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월5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7회 무사 1,2루에서 초구를 던진 뒤 갑자기 허리통증을 호소하면서 불운이 시작됐다. 그러나 다저스의 수석 트레이너는 "박찬호는 선천적으로 척추가 아래로 휘어있어 생기는 '단순한' 허리통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이게 첫번째 잘못이다. 이때 확실한 진단과 처방을 받았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두번째 잘못은 거액의 몸값을 받기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2001시즌 내내 부상을 숨기고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세번째 잘못은 박찬호의 도덕적 결백증에 있다. 자신을 스카우트한 구단에 몸값(5년간 6,500만 달러)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허리통증을 차마 호소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참고 던진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몸을 망가지게 한 요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안다. 여기에 자신감을 상실한 것도 박찬호를 더욱 위축시켰다.

희망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문제는 시간과 자신감이다. 1,2개월 정도의 재활치료로는 불가능하고 1,2년 정도의 치밀한 재활프로그램을 따라야 한다. 그러면 직구 구위는 회복할 수 있다. 좋은 변화구도 갖고 있는 만큼 힘이 실린 시속 145㎞의 직구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텍사스 구단이 과연 참을성 있게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박노준 SBS해설위원-재기는 불투명하다 박찬호는 기교파 투수가 아니라 직구를 주무기로 하는 강속구투수다. 직구는 구속이 생명이다. 어설픈 직구를 그냥 보고 있을 빅리그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그러나 지금 박찬호의 공이 딱 그 모양이다. 박찬호의 이 같은 구속 감소는 허리통증이 결정적인 원인이지만 포수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춘 것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1999시즌 LA다저스 시절 박찬호와 호흡을 맞추면서 전담 포수로 픽업된 크루터는 6대4 혹은 7대3의 비율로 박찬호에게 변화구 주문을 내보냈다.

박찬호도 허리부상으로 인해 자꾸만 떨어지는 구위 대신 변화구를 돌파구로 삼았다. 그러나 직구와 변화구는 던질 때 사용하는 팔 근육이 다르다. 따라서 직구 위주의 투수가 변화구를 많이 던지면 자연히 직구 근육이 퇴화할 수밖에 없다. 좀더 심하게 표현하면 현재 박찬호의 직구근육이 사라진 상태다. 크루터와 배터리를 이룬 후 해마다 1마일 정도 구속이 뒷걸음질 치면서 회복불능 지경이 됐다. 결국 박찬호와 크루터는 직구를 자꾸 던져야만 스피드를 지킬 수 있다는 진실을 외면하고 눈앞의 승리를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현 상태에서 박찬호의 재기 가능성은 매우 비관적이다. 물론 재활훈련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직구 근육이 사라진 상태서 부활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교파 투수로의 변신도 허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김성근 전 LG감독-마음부터 다스려라

박찬호의 피칭을 보면 공을 홈플레이트에 억지로 밀어넣는 느낌이 든다. 허리가 아프니까 당연한 결과다.

과거 하체를 이용하던 박찬호의 투구폼도 허리통증으로 상체 위주로 옮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체를 꼿꼿이 세워야 하는데 박찬호는 상체가 자꾸 뒤로 젖혀진다. 이래선 제구력이 통할 리가 없다.

박찬호는 또 선천적으로 허리와 팔꿈치가 부실한 편이다. 허리가 삐끗한 이후 허리부담을 줄이려고 상체위주로 투구하다 보니 투구폼도 흔들리고 구속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FA가 되면서 거액의 몸값을 받기 위해 무리한 피칭을 하게 된 것이 박찬호를 망친 주요인이다. 돈 욕심에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을 혹사 시킨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시즌 중엔 CF등에 시간을 뺏겨 제대로 훈련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등 몸관리도 소홀히 했다.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면에 있다. 메이저리그는 실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다. 박찬호는 그러나 '벅 쇼월터 감독이 나를 미워한다' 혹은 '언론이 자꾸 음해한다'는 등의 센티멘탈한 부분에 얽매이는 것 같다. 자신의 잘못과 모자란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재활투구를 해야 한다. 귀와 눈을 열고 남의 쓴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 이런 치열한 자기 반성을 가진 후에야 비로소 직구도 살아날 수 있고 재기할 수 있다고 본다.

/정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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