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과열을 넘어서 '버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권 금리가 엿새 연속 하락하면서 11일 오전 한때 사상 최초로 연 3%대에 진입, 금리가 내릴수록 비싸지는 채권 가격은 과도하게 치솟아 채권시장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 채권금리가 반등하고 채권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과도하게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된다. 특히 경기 반등 속도에 따라 채권가격 거품이 급속도로 붕괴될 경우 채권을 대거 보유한 은행, 보험, 투신사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콜금리보다 낮은 채권금리
11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한때 연 3.99%까지 하락, 한국은행이 정한 콜금리 목표수준(연 4.0%) 밑으로 떨어졌다. 장기 채권금리가 하루짜리 콜금리보다 낮게 떨어진 것은 1999년 1월5∼13일, 2001년 2월7일과 12일 이후 처음이다. 채권 수익률은 "하반기에 금리 상승 요인이 많다"는 한국은행의 구두개입 이후 소폭 반등, 연 4.03%로 거래를 마쳤으나 시장에서는 하락 압력이 여전히 강한 상태이다.
채권 금리의 하락 폭과 속도는 비정상적인 수준이지만, 세계적으로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한국만 피해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경제 전망이 안 좋고 불확실성이 크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 채권 '사자'가 폭증, 채권 가격은 치솟고 금리는 떨어지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미래의 경기회복'보다는 '현재의 침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향후 콜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수요 못 따라가는 공급
여기에 채권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채권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발행된 국채는 11조1,4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17억원)보다 26% 줄어들었다. 회사채의 경우 우량 기업은 발행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하고 있는 형편이다. 작년 12월부터 6개월째 회사채 발행이 감소했으며, 올들어 5월까지 2조원어치가 순상환됐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채권가격 폭등세가 이제 터닝포인트(변곡점)에 다다라 조만간 추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제 채권 가격이 피크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고 증시가 뜨면 채권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어 채권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피크, 폭락 가능성
이 관계자는 또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채권 가격이 일시에 폭락하는 버블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은행, 보험, 투신사 등 채권 보유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91일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장기간 계속되면서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등 금융시장 왜곡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2001년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이 가열되면서 금리가 폭등, 당국이 직접 국채를 사들이는 긴급조치가 이뤄졌다"며 "버블 붕괴의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도록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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