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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여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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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여성정치

입력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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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남다른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의 강력한 등장이다. 정치의제에서도 그렇고, 인물 기용에서도 이전 정권 때 보다 두드러진다. 노 정권 등장으로 진보의 전진이 있었다고 한다면 진보 영역이라 할 여성과 여권의 부각도 당연한 흐름이라 할 만하다. 노 대통령의 지지세력 중 진보계층의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비해 지지와 반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여성관련 문제가 꼽힌다고 하니 이는 중요한 변화다.■ 한국일보 창간 49주년 특집으로 실시된 2003년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 결과(9일자 보도)가 드러낸 이 같은 특징은 단순히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과 발언이 커졌다는 추세를 넘어 정치분야에 심층적 요인으로 여성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를 분석한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지지를 결정했던 요인이 대북문제와 기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이었던 데 비해 정권 출범이후 국정 수행평가는 대북인식과 함께 주로 여성권 인식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반미요인을 가장 먼저 분석, 예견했었다. 김 교수의 이번 분석에 따르면 특히 호주제 폐지와 여성고용 할당제라는 구체적 정책이슈를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뚜렷해 졌다. 여타 진보적 이슈들이 노 정권에 대한 지지이탈을 초래하지만 이 문제들을 두고서는 결집과 기대가 더 크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여성정치인들이 활약한 적은 있지만 여성관련 문제가 이런 요인으로 작용한 적은 없다. 정치여성은 있었어도 여성정치까지는 못 간 셈이다. 요즘 정치와 여성에서 유독 돋보이는 사람으로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 미 상원의원이 압권이다.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섹스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남편 빌을 용서하면서 정치적 야망을 향해 진군 중인 강력한 여성이다. 만일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 해서 이를 부자연스럽게 볼 사람은 이제 없을 것 같다. 엊그제 미국에서 발간된 힐러리의 회고록 'Living History'가 정치와 인생, 부부와 사랑, 여성과 남성, 편견과 도전 등의 주제들을 모두 담고있는 만점짜리 회고록이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 회고록 내용 중 가장 눈길을 잡은 대목은 "나는 이 시대 여성의 역할 변화를 상징한다"고 자술하고 있는 부분이다. 얼마나 철저한 목표와 자아인지, 희대의 엽기적 바람을 피운 빌과 어떻게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듯하다. 이런 강력함이면 강력한 지도자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여성이 뜨는 시대, 한국의 강력한 여성은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당돌하고 강하고, 또 부드럽고 냉철해 보이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이미지가 거기에 들 수 있을까.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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