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축포는 끝내 터지지 않았고 태극전사들은 세계적 킬러 사비올라(22·바르셀로나)의 한방에 무릎을 끓었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은 그러나 '빗 속 골 가뭄'에 가슴을 태우면서도 사흘 전 우루과이전에 비해 한층 성숙해진 코엘류호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강호 아르헨티나와의 친선 A매치에서 사비올라에게 결승골을 허용, 0―1로 아깝게 패했다. 한국은 이로써 86멕시코월드컵서 1―3으로 진 데 이어 아르헨티나와의 역대 전적서 2전 전패를 기록했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취임 후 1승1무3패의 초라한 성적을 이어갔다.
한국은 승부에선 졌지만 우루과이전(8일·0―2패)과는 달리 내용면에선 어느 정도 '합격' 판정을 받았다. 취임후 4경기에서 고수해 온 포백을 버리고 김태영―유상철―조병국으로 이어지는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든 코엘류 감독의 전술은 성공작이었다. 또 좌우 날개 이천수와 차두리의 활기찬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센터링과 사비올라의 발을 묶어 놓은 유상철의 찰거머리 수비, 송종국과 이영표의 유연한 공수연결 등 한국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젊은 피' 조재진(22)이 원톱으로 나서 아르헨티나 문전을 위협했지만 확실한 스트라이커 부재는 코엘류호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한국은 전반 8분 이을용과 13분 송종국의 과감한 중거리 슛에 이어 28분 이천수가 골 에어리어 왼쪽에서 날린 슛이 빗나가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8일 적지 오사카에서 일본을 4―1로 대파한 아르헨티나의 개인기와 골 결정력은 역시 한 수 위였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43분 로드리게스가 오른쪽 터치라인으로 연결한 볼을 사네티가 문전으로 찔러주자 사비올라가 쇄도하며 오른발로 가볍게 차넣어 귀중한 결승골을 뽑았다.
후반 들어 아르헨티나의 맹공에 다소 주춤하던 한국은 38분 조재진이 문전에서 잇따라 왼발 슛과 헤딩슛을 쏘아댔으나 골문을 빗나간 데 이어 종료 직전 유상철의 헤딩슛이 GK 품에 안기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빅팀과 대등한 경기 자신감"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 특히 후반 아르헨티나의 허점을 이용해 많은 기회를 잡았다. 아르헨티나는 2번의 찬스 중 1번을 골로 연결했지만 우리는 4번 찬스에 한골도 넣지 못해 아쉽다. 지난 4개월 동안 빅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자신감을 얻은 게 소득이다. 이젠 한 사이클이 끝난 만큼 다음 소집 때는 다른 사이클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
"일본전보다 힘든 경기"
마르셀로 비엘사 아르헨티나 감독=일본전보다 힘들었다. 한국 감독이 작전을 잘 짠 것 같다. 우리 팀의 땅볼 패스를 차단, 이를 반격으로 연결하는 게 작전인 듯 했다. 한국팀은 스리백을 유지했지만 미드필더와 양쪽 날개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 7명이 수비벽을 쌓아 많은 점수를 낼 수 없었다. 한국 선수중 14번(이천수)이 우리를 여러 번 어렵게 했다. 6번(유상철)도 좋은 선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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