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크게 늘고 있다. 2001년 MBC의 '미디어비평'을 필두로 올들어 EBS와 SBS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했고, KBS도 지금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이로써 신문의 미디어 면과 맞서 방송의 미디어비평 시대가 이제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현재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지는 미디어 비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언론이 자기 자신을 비판하는 옴부즈맨 비평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미디어 일반을 다루는 미디어 비평이 있다.
옴부즈맨 비평의 경우 방송은 오래 전부터 시청자 의견과 불만을 수렴하기 위하여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통합방송법은 시청자평가프로그램으로 의무방영을 명문화했다. 이런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기능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된 평가나 비판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지적된 문제점을 해명하고 변명하는 데 급급하거나 또는 노골적으로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난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신문을 보면 현재 옴부즈맨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경우는 일부 신문에 불과하다. 옴부즈맨 비평의 전통이 오래된 미국도 큰 차이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 신문은 옴부즈맨 칼럼을 주로 외부인이 담당하는 반면에 미국 신문들은 내부 언론인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지만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의 경우 신랄한 내부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 옴부즈맨 비평은 정확성과 예리함 등 여러 모로 독자의 기대에 미흡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디어 비평은 옴부즈맨 비평과 달리 타 언론의 문제점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방송의 미디어비평은, 신문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타 언론을 비판하는 상호비평을 적극 시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신문들이 오래 전부터 주 1회 미디어 면을 고정적으로 배치하면서도 상호비평을 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미디어 면의 내용구성도, 한 세미나에서 지적됐듯이, 대다수가 그저 언론계 동향을 소개하거나 부분적인 보도 비평을 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비평 수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옴부즈맨 비평이나 미디어비평을 좀 더 활성화해 독자와 시청자들이 언론을 보는 비판적 안목과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는 언론 스스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 동안 신문의 미디어 면이나 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통한 상호 비평은 과거 '동업자 봐주기'식의 언론카르텔 문화를 깨뜨리면서 언론의 자기 성찰과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
물론 미디어비평을 둘러싼 비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비평으로 인해 신문과 방송간에 불필요한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일방적으로 상대방만을 비판의 도마에 올려놓는다는 지적이나, 또는 미디어비평이 자신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고 특정 매체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 예이다.
향후 예상되는 언론비평의 봇물 속에서, 특히 각 방송사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어떻게 차별성을 확보해 나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옴부즈맨 비평 기능이 시청자평가프로그램과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사이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해 갈 것인지도 문제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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