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얀마 대사관 앞. 버마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총무 내툰나잉(34·사진)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아웅산 수지 여사의 사진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진에는 "당신의 자유로 우리의 자유를 찾게 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지난달 30일 아웅산 수지 여사의 재구금 소식에 역사가 다시 퇴보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는 그는 "지난해 여사의 가택 연금이 해제됐을 때 버마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거라는 희망을 가졌었는데…"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내툰나잉씨는 1988년 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 바뀐 국가명을 쓰지 않고 조국을 버마라고 불렀다.
버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소속 회원은 모두 15명. 이들은 아웅산 수지 여사의 석방과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지난 3일부터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내툰나잉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1994년. 살벌한 미얀마 군사 독재정권 아래서도 86년 랑군 대학에 입학해 민주화를 외치다 대학이 폐쇄되자 고향으로 돌아가 학생단체를 이끌었다. 그러나 가족과 자신에 대한 감시가 심해지자 국내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후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고 99년 NLD 한국지부를 결성했으며 미얀마 내 NLD 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잡지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광주의 5·18 항쟁을 접했습니다. 언젠가는 버마에서도 한국과 똑같이 민주화가 실현되리라고 믿습니다."
한국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산업연수 기간이 끝나고 불법 체류자로 지낸 6년은 신분마저 불안해 자유로운 활동이 불가능했다"며 "아직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동료들이 하루빨리 인정을 받아 함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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