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느낌이다. 월드컵으로 붐이 조성된 축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프로야구는 관중이 1만 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프로야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큰 이벤트가 없는 올 시즌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최악이었던 작년보다 경기당 평균관중수가 적다.경기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야구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초반부터 상·하위팀간의 전력차가 확연하게 드러나 흥미가 반감된 것도 한 요인이다. 흥행을 주도하는 서울, 부산 연고팀들이 하위로 처져 팬들의 관람욕구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도 겹쳤다.
이런 요인 때문에 흥행이 부진하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관람빈도가 많아지고 하위 팀에게는 상위 팀보다 우수선수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개선의 여지라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구가 가진 오락상품으로서의 태생적인 약점이 노출되었을 때이다. 종목 특성상 경기진행이 더딘 게 야구의 약점이다. 만일 소비자들이 이 약점을 간파, 관중감소로 이어졌다면 해결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해 있었던 월드컵과 온라인 게임이 비교가 되었을지 모른다.
먼저 월드컵은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사람뿐만 아니라 야구팬들에게까지 축구의 묘미를 알게 해주었다. 9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숨가쁘게 벌어지는 격렬한 몸싸움이 축구의 매력이라는 것을 인식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축구쪽으로 많이 기운 게 사실이다. 야구팬이 야구구경과 비교했을 또 하나의 상품은 온라인 게임이다. 특히 젊은 층의 구미에 맞게 꾸며진 온라인 게임은 중독증세를 일으킬 정도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오락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노리는 상품이 지천이지만 월드컵과 온라인 게임만으로도 야구의 약점은 노출되기에 충분하다. 지금 오락시장에는 '스피드와 재미'를 공통적으로 갖춘 신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상품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야구의 관중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프로야구를 만드는 사람들은 오락시장 환경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벤허'나 '십계'가 주는 감동이나 '대부'의 스케일도 없는 3시간 짜리 관람상품이 과연 요즘 젊은 층에게 먹혀 들겠는가라는 점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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