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작가'와 '바람결 작가'가 만난다. 박영덕화랑이 12∼21일 여는 '김창열·안병석―자연으로' 전은 물방울과 바람결이라는 자연을 소재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두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잘 알려져 있듯 김창열(74)씨는 1970년대 초반부터 물방울을 소재로 삼아 왔다. 그의 물방울은 곧 관객을 명상으로 이끈다. 작가가 실제로 캔버스에 맺혀있는 듯 영롱하게 그린 물방울은 정화나 순화의 행위처럼 보인다. 그의 물방울 그림은 초창기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극사실주의 기법에서 화면에 거친 붓자국을 남기는 신표현주의 기법으로, 90년대 들어서는 화면의 배경에 천자문이 조형의 요소로 등장하는 등 변화를 겪어왔다.
안병석(57)씨도 20년이 넘도록 바람결 연작을 만들어 왔다. 강변 보리밭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모습을 그린 그의 작품도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자, 보는 사람을 자연의 정서를 통해 내면의 세계로 이끈다. 무수히 바탕 칠을 반복하고 그것을 닦아낸 뒤, 화면을 다시 긁어내는 기법으로 완성하는 그의 작품 제작과정 자체도 하나의 구도적 과정이다.
두 작가가 함께 전시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독자적 기법으로 표출해 시카고, 쾰른 아트페어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인정 받았다. 이번 전시회는 해외 아트페어에 출품한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형식이다.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