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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아트/도심격랑속 한 척 방주 어느 교회건물의 엄숙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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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아트/도심격랑속 한 척 방주 어느 교회건물의 엄숙美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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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무지개마을에 위치한 '가나안 교회'는 건축가 이충기의 대표적 작품이다. 자동차를 타고 이 교회를 찾아가는 길은 도시라는 바다를 떠도는 항해의 여정이다. 교회 어귀에 당도하면 한 척의 멋진 방주가 아파트의 격랑 속에 떠 있는 걸 보게 된다. 이 교회가 '노아의 방주'와 같다는 느낌은 우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기 전 보게 되는 건물의 외형 때문이며, 그 다음은 천정 높은 지하주차장의 안온함에서 완결된다. 자동차의 물결과 상가 간판의 현란함에서 벗어나 가느다란 햇살이 들이치는 주차장의 적요 속에 안착하면 마치 거대한 배 밑바닥에 당도했다는 안도감이 밀려들게 된다.이 교회의 벽면은 페인트칠을 할 필요가 없도록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사후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경제적 장점도 있겠으나, 건축재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초기의 인상을 반영구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신성(神性)의 대표적 덕목인 신뢰를 대변하고 있다. 내부에 있어서도 이 교회는 도시에 사는 우리를 도시인다운 종교적 분위기에 잠기도록 한다. 넓게 트인 회랑과 통로, 본당의 분위기가 그렇다. 본당은 외부에서 실내로 들이치는 햇살을 측면으로 유입하여 종교적 엄숙미를 자연스레 조성하고 있다.

교회라는 건축물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소'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잊고 지내온 듯하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보았던 초가집 교회와 지난 시절 TV시리즈로 보았던 '초원의 집'에서 농부 가족이 마차를 타고 찾아가던 읍내 교회와 같은 건축물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었던 탓일까? 낮고 작지만 단정하게 지붕을 인 초가집 앞에서 성경을 품에 안고 나란히 서 있던 갓 쓴 도포 차림의 목회자와 치마 저고리 차림의 신도들. 주말이 되면 커다란 캐처 모자를 쓰고, 바구니에 빵과 들꽃을 담아 들고 나들이하듯 온 가족이 마차를 타고 찾아가던 미국 서부의 시골 교회. 우리의 기억 속에는 그러한 모양의 교회만이 어쩐지 진정한 성소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말(韓末)의 시간 저편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초원의 집' 가족들이 살던 미국 서부의 시골 마을로 떠나갈 수도 없다. 이런 우리에게 '아 이런 교회가 우리 시대의 성소로구나!' 하는 감탄을 가나안 교회가 주는 것이다.

교회 마당으로 나설라치면 금방 방주로부터 걸어 나와 다시금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 땅 위로 새로운 발길을 내딛는 생존자가 된 듯한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그래서 이 교회는 우리 시대 도시의 한 가운데를 항해하고 있는 노아의 방주, 아파트의 바다에 의연한 모습으로 떠 있는 신성과 구원의 상징이다.

/심상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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