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고 나면 독자의 답글을 한번 훑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나 답글 중에 종종 심한 욕설이 있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아는 오프라인 세계의 한국인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내가 아는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상대에게 겸손하고 혹 실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고 행동한다.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의 무엇이 제일 매력적이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아침마다 학교 가면서 아는 사람들이 보이면 밝은 얼굴로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다. 정말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즐겁고 힘이 솟아난다"고 대답한다. 친구들도 멋지다고 했다. 그런데 한번도 듣지 못한 심한 욕설이 인터넷 글에서 마구 나오는 걸 보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소수겠지만 그 소수가 토론공간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반 시설을 누리고 있고 인터넷 보급률도 가장 높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기회가 많이 생기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뉴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 있으면 언론이 알게 모르게 행사하는 '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한번 더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이성적인 사고가 있어야 되는 곳에 감정적인 분풀이와 서로에 대한 비난만 있으면 토론의 장이 깨질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니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속이 시원하게 풀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좋은 환경을 같이 만드는 것은 이 사회의 공공재를 만들고 지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재를 훼손시키면 환경이 나빠지고 결국 자신도 이용할 수 없게 될 날이 오게 된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나라답게 인터넷 활용을 잘 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월드컵 때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응원인파, 감동적이며 질서정연한 촛불시위, 축제가 된 대통령 선거…. 그 뒤에 인터넷의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많은 멋진 일을 해낸 한국인들인만큼 앞으로 그러한 욕설이 없어지고 좀더 이성적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하는 토론들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을 기대한다.
왕샤오링 중국인 경희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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