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아라리오 갤러리가 또 한번의 대형 기획 '팝―쓰루―아웃(Pop―thru―Out)' 전을 7월20일까지 열고 있다.앤디 워홀, 장 미셀 바스키아, 키이스 헤링 등을 포함,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팝 아트의 역사를 대표하는 작가 27명의 작품 50여 점이 나와 있다.
팝 아트는 5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의 삶과 문화를 미술에 도입하려 한 일군의 작가들의 작품경향을 일컫는다. 2차 세계대전 후 등장한 추상표현주의나 앵포르멜, 그 뒤를 잇는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은 사실 미술을 '고급 미술'의 한계 속에 얽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수백 개의 수프 깡통을 복제하듯 그린 앤디 워홀의 작품이나 만화 이미지를 빌려온 로이 리히텐슈타인, 실물과 똑 같은 크기의 인체 형상을 제작한 듀언 핸슨의 작품은 현대인의 일상적 삶과 예술의 결합을 꿈꾼 시도였다. 만화와 애니에이션 형식의 대중문화, 그래픽 디자인, 광고 이미지들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됐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우선 한 남자와 두 여인이 길거리에서 조우한 모습을 조각한 조지 시걸의 2003년 작 '우연한 만남'이 관람객을 맞는다. "정서적 내용이 잠재해 있다면 팝 아트적이라 할 수 없다"는 평론가 바바라 맥아담의 말대로 'ONE WAY'라 쓰여진 두 개의 간판 아래 서 있는 남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길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시걸의 작품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화와 종이 콜라주, 실크스크린 기법을 함께 쓴 바스키아의 1984년 작 'Ting' 등 두 점은 그가 작품 속에 암호처럼 써넣은 각종 문자와 함께 강렬하게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듀언 핸슨이 미국 벼룩시장을 떠도는 행상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잡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은 마치 실제 인간이 그대로 전시장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조다난 보로프스키의 그림 '서류가방을 든 남자', 대중스타가 된듯한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비의 모습을 포착한 스기모토 히로시의 사진, 남녀의 성을 일러스트레이션처럼 지극히 건조하게 묘사한 존 웨슬리의 회화도 나왔다.
그간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팝 아트 전시가 열렸지만 이번 전시는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가장 주목된다. 지방에 위치한 화랑이지만 아라리오 갤러리의 현대미술 컬렉션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대부분 이 화랑의 소장품들이다. 지나는 행인들도 다 볼 수 있게 화랑 입구에 설치한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250만 달러짜리 작품 'Hymn'과 화랑 주변의 조각광장에 설치한 작품들만으로도 이 화랑은 천안을 상징하는 문화공간이 됐다. 전시 문의 (041)551―5100
/천안=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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