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GO'에서 주인공은 왕년의 챔피언이던 재일동포 아버지에게 권투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아버지는 "왼팔을 앞으로 똑바로 뻗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팔을 뻗은 채로 몸을 한 바퀴 돌려보라"고 한다. "발을 움직이지 말고 컴퍼스처럼." 독자들도 그대로 해보시는 게 좋겠다. 아버지는 원을 한 바퀴 그리고 자기와 마주선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만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늙은이같이."
평소 모든 것을 주먹으로 해결하는 아버지가 이번에는 그냥 싱긋 미소 짓는다.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 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다. 빼앗아 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의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권투를 배우고 싶으냐?"
어디 권투만 그러하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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