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택시기사 살해사건의 진범논란은 하루빨리 그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살해범이 2년 10개월째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용의자가 나타났다면 적극적으로 재수사를 벌여야 한다. 더구나 옥중의 10대 소년은 경찰의 강압과 가혹행위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무리한 수사와 사법부의 오판이 겹친 결과라면 무고한 소년의 인권을 짓밟은 책임까지 거론해야 한다.새로운 용의자는 범행을 자백했고, 흉기에 관한 진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워 긴급체포했던 용의자를 풀어 준 뒤 손을 놓고 있다. 3년 전에 발생한 사건의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쉬울 리 없으며, 종전의 수사를 부인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를 재수사가 반가울 리 없다. 게다가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모든 사법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그만인가. 억울한 피의자가 발생하더라도 재수사나 재심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것은 큰 문제다. 아무리 억울함을 주장해도 이 사건이 다른 유사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되고 만다면 수사 당국은 앞으로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최근에도 서울의 한 경찰서는 고향 선배의 살해범으로 엉뚱한 사람을 체포했다가 검찰의 재조사 끝에 한 달 만에 풀어주고 다른 친구를 검거하는 망신을 당했다. 수사 당국이 아직도 성급한 예단과 가혹행위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익산사건의 경우 용의자로 부상한 사람의 가족들까지 경찰이 강압수사로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쪽 저쪽 다 강압수사의 결과라면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수사는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가. 절차상의 문제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경찰과 검찰이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 이 사건 해결의 핵심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