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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점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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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점봉산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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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 계곡은 아직 봄이 한창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개울을 따라가다, 방태산 입구를 지나고부터는 포장이 되다 말다 한 긴 계곡길이다. 아침 한나절이면 밭갈이를 끝낼 수 있을 만큼 밭뙈기가 좁은 산골짜기라고 아침가리 골이란다. 적가리· 연가리 같은 이웃 골짜기들과 함께 '삼가리'라 불리는 이곳은, 어떤 난리가 나도 피해 살만 하다는 오지 중의 오지다. 쇠나드리· 범바위·설피마을 같은 고운 이름의 산 마을들을 지나 좀 더 가면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진동리다.■ 점봉산 속살의 부드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길가에 생긴 초소에서 출입을 막는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연중 입산을 통제중이라는 것이다. 산림청 산림보호지도원 신분 덕에 특별입산 혜택을 받아 산행에 나선 것이 오전 11시. 양양과 내륙을 잇던 단목령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3시간 여의 산행은 참나무 숲길의 연속이다. 빼곡한 잡목 숲에 키 큰 침엽수들이 듬성듬성 머리를 내민 원시림 속의 토끼 길 같은 등산로는 온통 산죽으로 뒤덮여 자칫 길을 잃기 십상이다.

■ 정상에 올랐다가 곰배령을 거쳐 7시간 산행을 끝낸 뒤에야,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이유를 알았다. 숲길을 오를 때는 몰랐으나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펑퍼짐한 산자락부터 1,400m가 넘는 정상부까지 온통 토착수종으로 뒤덮인 나무 바다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수십 년 묵었을 화전 터 곰배령 고갯마루는 또 얼마나 다양한 풀들의 낙원이던가. 참나물·곰취· 떡취 같은 산나물에서부터 이름 모를 약초 류에 이르기까지, 허리까지 자란 풀밭은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 생태계의 원형이었다.

■ 북부지방 산림관리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경기· 강원지역에만 보호림으로 지정해 입산을 통제하는 산이 열 여섯이라 한다. 수 많은 등산객들에게 짓밟혀 신음하고 있는 우리 산들에는 생명수보다 좋은 약이 되리라. 마침 올해는 우리나라 산림녹화 사업 30년이 되는 해다. 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을 하던 강력한 산림녹화 정책 덕분에 한국은 독일·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조림성공국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 명예를 지켜가려면 애써 가꾼 숲을 보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꿈과 미래가 있는 민족만이 숲을 지키고 가꾸는 법이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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