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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연예인은 인권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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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연예인은 인권도 없나

입력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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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톱스타 A양 납치 사건'이다. 기자도 가는 곳마다 이 사건에 관해 질문을 받는다. "A양이 누구죠? ○○○ 맞나요?" 이어지는 물음은 십중팔구 "알몸 사진을 찍혔다는데 사실인가요?" "그 사진 인터넷에 떴나요?" 등이다.톱스타가 한밤중에 괴한에 납치돼 6시간 동안 끌려 다니며 돈을 빼앗기고 협박을 당했다.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세인의 관심이 온통 알몸 사진의 존재에 쏠리면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집단 폭력'으로 흐르고 있다.

첫 기사에서부터 주먹만한 활자로 '알몸 협박' '나체 협박' 등의 제목을 달았던 일부 스포츠 신문들은 연일 알몸 사진에 초점을 맞춰 수사 속보와 A양의 근황 등 후속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경찰과 A양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알몸 사진의 존재가 이미 기정사실로 얘기되고 있다. '디카(디지털카메라)로 찍었을까,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을까' '언제 어떻게 사진이 공개될까' '과연 사진만 찍고 말았을까' 따위의 황당한 추리 놀음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불거진 '○양 섹스비디오 파문' 때마다 지적됐듯 우리 사회가 마치 거대한 '관음증 환자들의 집단'으로 변해 버린 느낌이다. A양은 엄연한 피해자다. 범죄자도 인권은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흉악 범죄의 피해자를 저열한 호기심의 제물로 삼아 2중, 3중의 고통을 주는 것은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범죄 행위나 다름 없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피해자의 고통을 즐기고 있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혹은 당신의 가족이 똑 같은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와 남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우리는 영원히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이희정 문화부 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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