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대동·동남·경기·충청 등 5개 부실은행 정리 태스크포스팀 반장. 대우그룹 구조조정 및 대한생명 경영관리단 실무책임자. 대체에너지 개발전문기업인 (주)CES 정순철(46·사진) 사장의 특이한 이력이다.한 때 기업구조조정의 파수꾼을 자임하며 금융감독 업무의 일익을 담당했던 그는 지금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에 맞서 싸우는 환경 사업가로 변신했다. '클린 에너지 서플라이(Clean Energy Supply)'의 영문 약어인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 자연에너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정 사장이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다.
은행검사국 선임 과장을 끝으로 금융감독원을 떠난 것이 2001년 3월. 한국은행 출신으로 은감원, 금감원을 거치며 입행(1977년) 동기 중 단 한번도 선두그룹을 놓쳐본 적이 없던 그는 오로지 '새로운 인생도전'을 위해 중년의 나이에, 그것도 사회적 성공이 보장된 직장에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대체에너지 사업은 폐(廢) 전기자재 처리업을 하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민 사업 아이템은 압축천연가스(CNG). 때마침 서울시 등이 대기오염의 주범인 경유 버스를 공해유발이 거의 없는 CNG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에 나서자, 도시가스 배관이 연결되지 않은 변두리 지역의 버스 차고지에 대형 가스공급차량을 몰고 가 가스충전을 해주는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덕분에, 정 사장의 회사는 요즘 '이동식 CNG충전소' 분야에선 손꼽히는 대표업체로 부상했다.
기존 댐이나 하천에서 나오는 물을 재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소수력발전과 천연가스 터빈에서 나오는 폐열로 대형건물이나 지역단위 난방에너지를 공급하는 소형 열병합발전도 올해부터 정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분야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라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수천억원 대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정 사장의 판단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외형확장 일변도 경제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작업이었다면 환경 분야 역시 개발과 성장의 폐해를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어쩌면 성격이 비슷하다. 정 사장은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터전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남다른 사명의식을 느낀다"며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환경오염 걱정 없이도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도록 기업가로서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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