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선머슴 같고 털털한 배역을 주로 맡아 온 추자현(24)이 한국―대만 합작드라마 '사랑의 향기'에서 아시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며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여주인공 윤향지 역을 맡은 그는 "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하는 거 아니냐'는 부러움 섞인 인사 받기에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맡은 주인공인데다 전 아시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여서 떨린다"고 부담감을 감추지 못했다.대만의 엔터테인먼트사인 PGE((주)성세력 오락)사와 한국의 미디어뱅커가 공동 제작하는 '사랑의 향기'는 대만 신세대 배우 에디 펑(彭于晏), 벤 바이(白吉勝), 중견배우 데미안 류(劉松仁), 션시화(沈時華) 등과 한국의 추자현, 이지현 등이 출연한다.
이야기는 1941년 일본 전투기 조종사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한국 소녀가 현생에서 다시 태어나 전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촬영에 들어가 대만과 한국에는 11월께 방송될 예정이다.
전생에서의 순박한 조선 처녀 역과 현생의 발랄한 대학생을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추자현은 8일 오후 서울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장에 한복차림의 다소곳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 '카이스트' 등에서 보여준 중성적 느낌 때문에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니까 모두들 놀라요"라고 입을 연 그는 "생각과 달리 청순 가련한 역은 아니에요. 발랄하고 당당하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순정파지요. 다양한 성격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역이라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송혜교 장나라 등 자그마한 체구의 귀엽고 깜찍한 한국 여배우가 인기를 끄는 대만쪽에서 자신을 캐스팅한 데 대해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인기를 얻은 '명랑소녀 성공기'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는 했지만 정작 대만 제작진은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으로는 추자현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제작자인 버지니아 류씨는 "추자현은 생김새가 다른 한국 여배우와 많이 다르다. 개성 있는 얼굴 덕에 강인한 성격의 주인공 역에 적격일 것 같아서 사진만 보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합작 드라마인 탓에 한국 정서에는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고 말한다. 전생의 사랑을 떠올리는 소재로 등장하는 '도라지꽃'이나 민요 '한오백년'이 한국인에게 낭만적으로 와 닿을 수 있을지, 그리고 추자현이 극중에서 전생에 일본군 병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국민 정서에 부합할지 등이 의문이다. 추자현은 "사실 도라지꽃 등은 우리 세대에게는 아무런 정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지만 옛날 생각이 나도록 하는 코드로 사용되고 있어요. 일본 병사와의 사랑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극단적 예라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한다.
합작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물론 언어 장벽. 추자현이 연기하는 대부분의 장면은 중국어로 더빙 작업할 예정. 하지만 "표정 연기가 중요한 장면에서는 중국어로 연기해야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서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추자현은 "특히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에디가 어려운 장면을 찍을 때 많이 걱정해 주고 다독거려 준다"며 "국경을 뛰어 넘는 배우들간의 호흡이 멋진 합작 드라마를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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