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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국민고충처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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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입력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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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기관이 있다. 말 그대로 고충을 처리한다. 고뇌는 아니다. 고뇌는 '정신적인 괴로움'이다. 그걸 세금으로 처리하다니, 가당치 않다. '고뇌에 찬 결단'도 그쪽이 아니다. 통치권자의 고뇌는 이 위원회의 행동반경을 넘어선다.고통도 그렇다. '몸이나 마음이 괴롭고 아픔'. 그런데 몸이나 마음이 괴롭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병원이라는 기관이 있다. 국가는 건강보험이라는 (사실상의) 소액진료 반액할인쿠폰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어쨌든 고통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으로 가야 한다. 그럼 고충은? 고뇌도 아니고 고통도 아닌 그 무엇이다. 사전은 '(개인의) 괴롭고 어려운 사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 고충은 개인적이다. 나 홀로 괴롭고 어려운 것이다. 바로 이 애매하고 섬세한 '고충'을 위해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서대문구 미근동 대로변과 신촌 뒷골목에 있다. 하나는 국가 기관이고 하나는 소주집인데 술집의 본질적 기능을 이토록 잘 알고 있는 그 술집 주인이 새삼 대견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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