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아지는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에 충실한 사람들 덕에 서울은 이미 만원이다. 서울이 유일하게 살 만한 때는 지방 출신들이 모두 귀향한 명절 연휴라는 서울 토박이의 투덜거림은 수긍이 가는 이야기.최근 재출간한 이호철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1966)에서 서울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너도 나도 농촌을 떠나온 사람들이 시궁창처럼 몰려드는 곳. 종로 3가, 서린동, 도화동 등은 몸 팔고, 사기 치며 힘겹게 타지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무대다. 그 때도 서울은 만원이라고 했지만 당시 서울 인구는 380만 명에 불과했다.
비슷한 때 발표된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는 종이 울리고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고 모든 사람들이 웃는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라며 서울행 행진곡 노릇을 했다.
선진국 진입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을 80년대 초에도 이용이 노래한 서울은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 사랑이 익어가는 희망의 도시였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조용필이 부른 '서울서울서울'은 들뜬 당시 분위기와 달리 쓸쓸한 멜로디와 가사를 담고 있지만 어느 찬가보다도 빛난다. '해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 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네 이별이란 헤어짐이 아니었구나'라는 이 노래 속의 서울은 뉴욕이나 파리처럼 도시의 우울과 도시인의 회색 빛 사랑이 담긴 그야 말로 국제 도시 같은 인상을 풍긴다.
또 한 곡의 서울 찬가가 발표됐다. 보아 3집 앨범에 실린 '서울의 빛'이다. 이번 찬가는 청계천 복원에 맞춰 아름답게 변신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려는 서울시의 공식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이미 40년 전에 만원이었다는 서울은 이제는 인구 1,000만이 넘어버려 부대끼는 사람들 땀 냄새 말고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청계천 복원이 보아의 노래에서처럼 '이른 아침 대지 위 흘러내린 햇살이 잠들었던 생명을 두드릴 때에 파란 하늘 바라보며 깨어나는 꽃잎이 전해 주는 시작에 눈을 떠' 볼 수 있는 서울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겹쳐진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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