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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대통령 중독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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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대통령 중독증 (2)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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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쓴 '대통령 중독증'이라는 글에 대해 몇몇 독자들께서 내게 반론을 주셨다. 감사드리며 답을 하고자 한다. 반론의 주된 내용은 지금 한국 사회를 들끓게 만들고 있는 여러 중요한 문제들의 의사 결정이 청와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바, 대통령에게 비판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그걸 '대통령 중독증'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우선 일부 보수 신문들의 노무현 정권 관련 보도를 그대로 믿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조만간 보수 신문들의 왜곡 보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그 실상을 고발하는 책을 낼 생각이다. 내가 아무런 근거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이다.

내 글이 불완전해 오해를 낳은 점도 있는 것 같다. 이번엔 다른 관점에서 말씀드려 보겠다. 노 정권은 개혁에 대한 큰 기대 속에서 출발한 정권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모두 충족되기 어렵게 돼 있다. 노 정권의 무능에 대한 비판은 그 자체로선 타당할 수 있어도 노 정권의 무능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게 나의 논점이다.

문제는 노 정권이 걷고자 하는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에 있다. 그 노선은 '보수'와 '진보'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보수'에 근접할 수도 있고 '진보'에 근접할 수도 있다. 그 기준은 '현실성' 또는 '실천 가능성'이다. 그런데 그걸 매 사안마다 정확히 판별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보수'나 '진보' 노선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예측 가능한 일관된 노선이 이미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보수 정권이 들어 섰다면 개혁적 욕구의 분출은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미리 알아서 포기를 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 정당의 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이 경우에 대해선 굳이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은 원초적으로 많은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정권에 대해 거센 압박을 가하려 들기 때문이다. '현실적 개혁주의' 노선의 또 다른 큰 문제는 그 지지자들의 다양성과 그들의 독특한 성격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서 정권이 '보수' 노선을 걸으면 그것만으로 정권에 등을 돌릴 만큼 강한 이슈 지향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기존 시스템은 '보수'라는 것이다. 우선 당장 거대한 관료주의와 언론권력 시스템을 생각해보라. 대통령 권력은 그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으로 왜 그 시스템을 장악하지 못하느냐?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들은 오늘날에 이르러 가장 자유로운 게 '대통령 비판'이라는 점을 상기할 걸 권하고 싶다. 예전의 독재자들을 기준으로 해서 생각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대통령 중독증'이라는 나의 주장은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까지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열심히 때려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대통령 비판의 내용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모두 다 상충된다. 지금과 같은 과도한 '대통령 때리기'는 어리석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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