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를 강서구 마곡지구로 옮기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지난달 말 강서구 주민들로 결성된 '서울시립대 마곡지구 유치 추진위원회'는 주민 1만 명의 서명을 받아 이 달 중순 시립대 마곡지구 이전 요청서를 서울시에 공식 전달키로 했다. 하지만 동대문구가 "학교 이전은 절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는데다 이전이 공식 추진되면 마곡지구 조기개발 논란이 다시 촉발돼 찬반 양론이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지역 균형 발전에 필요"
시립대 이전의 가장 큰 명분은 강서구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을 발전시켜 서울시 전체의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 마곡지구가 상암지구―김포신도시―영종도의 연결로에 위치한 만큼 그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도 이유로 제시된다.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강서구는 지난 50년간 개발에서 소외돼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곳"이라며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4위의 인구(52만명)를 가졌지만 대학은 전무하고 영화관 1곳, 일반공연장 1곳 밖에 없는 교육·문화 인프라 불모지대여서 종합대학이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조석준 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종합대학과 종합병원 유치는 주민들의 숙원"이라며 "다른 시설은 유치하지 못하더라도 시립대만은 반드시 이곳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 측은 "시립대 이전에 필요한 부지 20만∼30만평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마곡지구 밖에 없다"며 "여기가 안되면 인근 서남하수처리장(31만평)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유치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시립대 이전 문제에 대해 동대문구는 잔뜩 경계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시립대 이전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고 소문도 듣지 못했다"라며 이슈화 자체를 피하고 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시립대가 80여년을 이곳에 있으면서 주민 수만 명의 생활 터전이 돼 왔는데 갑자기 옮겨간다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학교가 좁다면 제2캠퍼스 형식으로 분산시키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 발전 차원에서 이전 혹은 캠퍼스 확충을 추진해온 시립대는 마곡 유치 움직임을 내심 환영하면서 표정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현재 부지가 14만 여 평에 불과하고 그나마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은 8만평 밖에 안돼 1만2,000여명의 학생, 교직원을 수용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시립대 관계자는 "학교 이전이나 부지 확충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다"며 "1987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하고 학생이 급증하면서 교육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조기개발 촉발 우려
서울시는 시립대 이전에 긍정적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공식 논의된 적은 없지만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립대 이전 논의가 마곡지구 개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미개발지인 마곡지구(119만여평)는 후대를 위해 서울시가 2011년 이후로 개발을 미뤘던 곳. 하지만 관할 강서구가 지하철9호선 마곡역 건설과 발산지구 택지개발 등을 이유로 "개발 유보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며 조기 개발을 요구했고, 시도 입장을 바꿔 2005년부터 단계적 개발 방침을 천명, 논란이 됐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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