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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9주년 특집/신세대 독자가 취재한 한국일보 기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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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9주년 특집/신세대 독자가 취재한 한국일보 기자 24시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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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늬씨 정당 출입기자 취재기3일 민주당사로 가는 길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살벌하게 늘어선 닭장차와 전경들, 몇 번의 검문 때문이다. '험하고 삭막해 보일 것'이라 짐작했던 정치부 배성규 기자는 의외로 둥글둥글하고 소박한 인상이었다. 차갑고 저돌적인 정치부 기자의 이미지는 기분 좋게 빗나갔다.

당사 이곳 저곳을 둘러본 후 국회의사당에 따라갔다. 그것이 취재였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기자는 마치 마실 나온 사람처럼 보좌관들과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오랜 친구 이야기를 꺼내듯 "그나 저나 ○○○의원은 그렇게 마음을 정하셨나 보지요?"라고 한 마디 툭 던졌다. 이렇게 들은 소식이 보충취재를 거쳐 기사가 됐다. 말을 꺼리는 정치인들의 입을 열게 하는 기자의 노하우!

정치인 취재는 쉬운 게 아니었다. 전화를 아예 비서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운 의원들이 많아 취재 약속이 무산되는 게 다반사였다. "그래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전화를 걸어 끊임없이 연락을 시도해야죠. 그런 근성 없이는 기자 못해요." "나도 모르게 편파적 기사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씁니다. 공정한 보도가 생명이니까요."

기사 마감이 끝난 후 다른 기자들과 함께 가진 식사 자리는 여느 직장과 다름없이 훈훈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선배' 대신 '형'이란 호칭을 써요." 대학 동아리 선후배처럼 벽 없고 끈끈한 동료관계가 특징이었다.

4일 오전 7시30분부터 민주당의 회의 일정은 빡빡했다. 신당추진위의 안건이 상정되는 10시 당무회의가 특히 중요했다. 분당에 결사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리고 회의실 밖에서는 대기하는 기자들과 보좌관, 지구당 위원장들이 뿌연 담배연기 속에서 초조함과 긴장감을 빚고 있었다. 의원들 입장 직후 아니나다를까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때를 놓칠세라 사정없이 엉겨 붙는 카메라 기자들. TV에선 익숙한 광경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초반 10여분 정도의 공개시간이 끝나고 비공개 회의로 들어갔지만 기자들은 닫힌 문 주위에 귀를 대고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이걸 '벽치기'라고 하죠." "회의 후에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지만 유리한 얘기만 골라 하기 때문에, 특히 욕설 같은 건 이런 식으로 엿듣는 수가 많아요." 이렇게 얘기하다가도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회의장을 나오는 의원이라도 있으면 총알같이 달려가 달라 붙는다. 그 때만큼은 배성규 기자의 눈빛도 초롱초롱 빛났다.

"가장 보람 있을 때가 언제냐"는 물음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웃던 기자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공명심으로 해요. 내가 쓴 게 기사로 나가 스스로가 독립변수가 된다는 생각. 그게 보람이자 채찍이죠."

기자 할 맛 나고, 신문 볼 맛 나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짧은 '취재'를 마쳤다.

■ 박혜원씨 법조 출입기자 취재기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린 사랑을 나누지 그 누구도 모르게 비밀스런 사랑을…"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을 속삭이듯 취재원들이 쉽게 이야기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일보 법조팀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4일 처음 방문한 곳은 대치동에 위치한 송두환 대북송금 특별검사 사무실. 특검의 경우 기사작성보다는 정보의 수집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취재를 위한 열정과 '깡'이 필요해서 젊은 기자가 많다. 견습 중인 신재연 기자를 따라 처음 간 곳은 건물 내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취재…"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10여사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검찰 수사는 과정과 결과 발표에 따라 사회적 여파가 크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사관이나 검사들이 출퇴근하는 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질문을 던져야만 힌트도 얻고, 피의자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건물 관계자로 착각하고 질문을 하는 일도 적잖다.

기자들은 대개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 그날 아침 여러 신문 기사를 확인한 후 조사관들이 출근할 때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사무실까지 올라가며 밀착 취재를 한다. 특별한 정보보다는 힌트를 얻는 정도로 만족한다. 이날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이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잡을 수 있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경우에 대비, 지하 5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이나 아예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기자들도 있었다.

특검 취재를 마친 후 찾은 곳은 서울지검 기자실이었다. 특검 기자실의 경우 특정 사안을 다루는 만큼 좁고 깊은 취재를 하지만, 서울지검은 다양한 사건을 한꺼번에 찾아 다닌다.

박진석 기자는 "기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며 "특히 검찰 기사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속담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사 기자나 검찰측 정보에 끌려가는 취재는 빛을 잃을 뿐만 아니라, 헛다리를 짚게 되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검찰기자는 면밀하게 관찰하는 세심함과 정보를 갖고도 적절한 시점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 역시 'SK, 수십억 비자금 조성 및 이남기씨 등 정·관계 로비' 연속 특종보도로 5월 취재보도부문 '이달의 기자상' 을 수상한 기자다운 말이다. 밤에 거물을 소환하거나 수사를 진행할 수 있어 검찰기자는 항상 밤에도 깨어있어야 한다.

푸대접 받고, 격렬한 몸싸움이 있어도 달려들어야만 하는 곳이 바로 취재 현장이다. 사건 피의자와 조사자 외에 꼭 필요한 한 사람은 바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줄 기자다. 기자실이 밤에도 훤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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