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이 왔다.'이르게 찾아온 더위 때문일까. 바깥 세상이 아닌 게임업계에 노출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계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노출이 심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는 것. 최신 온라인게임은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한 3차원 그래픽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요 부분'만 가린 여성 캐릭터들을 줌인 기능을 사용해 확대해 볼 경우 자칫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가장 먼저 노출이 심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은 올해 초 공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액토즈소프트의 성인용 온라인게임 'A3'. 게임 속 캐릭터인 레디안은 지난해 말 처음 세미 누드 사진이 공개될 때부터 큰 파문을 일으켰다. 게임 내 설정은 앞을 못 보기 때문에 어딘가 구슬프고 청초한 캐릭터로 돼 있지만 포스터 속에서는 거의 옷을 안 입은 거나 다름 없다. 액토즈소프트측은 여름을 맞아 수영복을 입은 레디안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원래 복장과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온라인게임 '세피로스'도 여성의 노출이 심하다는 평을 듣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성인 전용 게임이 아닌데도 지난 4월 요정족의 새로운 캐릭터인 '네피림'을 선보이면서 '훔쳐보지 마, 당당히 벗기라니까'라는 선정적 문구로 인터넷 배너 광고를 게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한빛소프트의 '탄트라'도 천으로 주요 부분만 가린 여성 캐릭터 '라크샤사'를 내세웠다. 게임의 설정에 따르면 라크샤사 종족은 갑옷을 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덕분에 여덟 종족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대신 육체의 노출이 많고 근육을 키우지 않아 체력과 방어력이 약하다고. 아예 '노출'이 종족의 기본 특성이 된 셈이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의 경우 게임 홍보를 위해 특별히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다크엘프 종족의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 심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게임 내에서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 증가하는 것을 세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는 아직도 게임을 즐기는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 유저들의 취향에 맞는 섹시한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게임의 대중화 덕에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은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개발자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금이라도 더 게이머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선정적 포스터를 마케팅에 이용하게 됐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빛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게임 내에서 라크샤사 종족의 특성이 갑옷을 입지 않는 것으로 설정돼 있 을 뿐"이라면서도 "A3의 레디안이 성공한 이후, 온라인 게임 업계에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마케팅이 유행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