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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訪日/ 정상회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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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訪日/ 정상회담 평가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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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외교 기조가 거듭 부각됐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한계도 노출됐다. 지난 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식 실용주의가 첫 선을 보인 것이라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내용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 일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북한 핵 문제와 관련, 평화적 해결 원칙이 재확인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대화 보다는 압박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 우선 부담이다. 공동성명에는 '추가적 조치', '보다 강경한 수단' 등의 구체적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더욱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이는 북한 핵 문제를 푸는 해법에 있어 양국 정상간에 이견이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은 압박 보다는 대화쪽에 더 비중을 뒀음을 강조했으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스스로가 압박 수단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미일의 '북한에 대한 선(先) 핵포기 요구' 정책을 사실상 수용했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적 여건도 작용하고 있다.

마약, 밀수 등 북한의 국제적 불법행위에 대한 미일의 강경책들을 북한에 대한 초보적인 경제 봉쇄조치로 본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미일의 강경파들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돈줄을 죄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남북 경협, 인도적 대북 지원 등과 관련된 원칙들을 어떻게 관철시켜 나갈지가 시급한 현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기로 작심하고 왔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사의 중요성이 덜 강조됐다. 한일간 신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그 구상에 걸맞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제시됐는지는 의문이고 또 한일 양자관계에서의 우리측 실리가 확보됐는지도 따져 봐야 할 대목이 많다. 노 대통령이 일본의 전시준비법인 '유사법제'를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파악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한일 관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도쿄=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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