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군사능력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다" 한국일보는 창간 49돌을 맞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리언 J 라포트(56) 대장으로부터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은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 재배치 문제 등으로 격랑을 맞고 있다. 인터뷰는 4일 서울 용산기지 내 연합사령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라포트 사령관은 한국민에게 친근한 주한 미군상을 만들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었다.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관계의 현안보다는 주한미군 이미지 개선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아 보였다. 라포트 사령관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지만 친근한 주한미군을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을 것"이라며 "주한미군이 한국민을 존경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이 반영된 탓인지 10평 남짓 돼 보이는 그의 집무실에는 전통 창틀을 비롯해 한국문화의 숨결이 느껴지는 장식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군인이 전 한국 육군참모총장 백선엽 대장"이라며 방에 전시돼 있는 백 장군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함께 갑시다'라는 또렷한 한국어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주한미군 사령관으로서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이하는 소감은.
"작년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발전시키는 토대를 마련한 좋은 기회였다. 중요한 점은 한미동맹이 지난 50년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지속되는 동맹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50년의 결연으로 끝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계속 다듬고 발전시켜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미동맹 재정립 과정에 따른 정해진 수순인가.
"미래의 한미동맹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룬 부분이 바로 주한미군의 재배치다. 그 동안 양측은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서로 논의를 해왔다."
―용산기지 이전으로 서울에 안보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 미군을 7,000명이나 배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들을 오산의 캠프 험프리스로 내려보낼 것이다. 서울에는 1,000명 정도만 남게 된다.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이 지난 10년간 요청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훨씬 적은 수로도 수도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본다."
―주한미군 전력강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한미동맹 강화의 목적은 신뢰할 만한 대북 억지력을 구축해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가 꽃피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강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확대할 것이다. 미 국민과 의회가 이미 3,4년간 11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주한미군 전력강화에 투자하기로 허락했고, 150개 전력강화 프로그램이 차례 차례 진행될 것이다."
―주한미군 전력 증강이 북한을 자극해 오히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분명히 해둘 점은 주한미군 전력증강이 방어를 목적으로 한 것이지 절대로 공격적이거나 북한에 위협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해 촛불시위 등으로 한미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직면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민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시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모든 한국인들이 민간인 사망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우리는 이 사고에 대해 사과하며 책임감을 느낀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나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6월 13일은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고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특별한 추모계획이 있는가.
"미 2사단은 6월 13일 훈련을 줄이고 산하 17개 기지에서 추모행사를 열 것이다. 용산 주한미군사령부에서도 추모행사를 갖는다. 지금은 우리가 진심으로 애도를 표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는 숨진 여중생을 위해 기도를 할 것이다."
―사망 사고 이후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지난 여름 이후 우리는 주한미군의 안전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점검해왔다. 훈련은 물론 안전 관련 주의를 강화했으며 사고를 막기 위해 통신수단도 향상시켰다. 안전에 관한 모든 조치와 임무 수행을 점검했고, 도로와 전략적 수준의 차량호송에 대해서도 보완했다. 미군 장비가 공공도로를 이용할 때 72시간 전에 한국측에 미리 통보하도록 했고 한국정부도 길을 넓혀 훈련이 좀더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아직까지 많은 한국민들이 주한미군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부임 이후 늘 긴장 속에서 생활 했다. 개인들간의 관계였든 조직 사이의 문제였든 그 동안 한국민과의 대화와 협력이 부족했다. 이제는 손을 뻗어 한국사회와의 관계를 향상시키려고 한다. 부대의 정문을 열어 한국인들에게 미군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미군 장비들도 공개할 것이다. 또 세계에서 인터넷 가동이 가장 잘 되는 나라가 한국인 만큼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핫라인(전화)을 개통해 일반 시민들이 한국어로 주한미군에 대한 불만도 얘기하고 문제제기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사회와 재계 인사, 대학총장 등으로 한국인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한국민의 목소리를 수시로 전해 들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정책에 꼭 한국인의 관심을 반영할 작정이다. 또 학교나 보육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영어를 가르치는 활동 등을 확대해 나가겠다."
―사령관이 시행한 '좋은 이웃(Good neighbor)'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인들의 반응이 좋은데.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말이 '좋은 이웃'이다. 젊은 병사부터 사령관까지 한국민과의 우애를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의 관계, 미디어와의 관계 개선은 주한미군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달 기자단과 배구 경기를 했다. 똑 같은 티셔츠를 입고, 김치 햄버거를 함께 나눠 먹었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좋은 이웃의 달, 좋은 이웃의 날을 정해서 주한미군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경찰과 개인에게 표창을 했다. 미군 병사들에게는 한국인에 대해 존경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있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 라포트 사령관은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중 가장 한국에 대한 이해심과 애정이 많은 사령관으로 꼽힌다. 지난 해 5월 1일 한국에 부임한 라포트 사령관은 6월 13일 발생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에 대해 그 동안 '단순사고'였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던 미군 관계자들과 달리 '미군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68년 학군장교(ROTC)로 임관했다. 지난 해 4월 대장으로 진급한 그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 유엔사사령관 등을 겸임하고 있다. 91년 걸프전에 참전하는 등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는 키가 160㎝대로 다소 작지만 다부진 인상을 풍긴다. 늘 온화한 미소로 친근감을 준다.
라포트 사령관이 요즘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은 '좋은 이웃'. 그는 연설이나 강연을 마친 뒤 늘 '좋은 이웃, 같이 갑시다'라는 말로 인사한다. 그는 올 초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2003년은 한국의 이웃, 친구들과 또 다른 50년의 우정을 맺는 첫 해"라며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연합군과 한국 지역사회가 서로를 잘 알면서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결심에 따라 주한미군은 지난 3월부터 한국민과 주한미군의 유대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좋은 이웃 프로그램'을 실시중이다. 주한미군은 5월을 '좋은 이웃의 달'로 정해 전국 미군부대에서 한국인 부대초청 행사를 가졌으며, 주한미군과 한국민의 우호증진에 기여한 한국 경찰과 개인에게 '좋은 이웃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로드 아일랜드 대학 생물학 학사, 캘리포니아대학 행정학 석사 1기병여단 참모장으로 걸프전 참전(90∼91) 3군단 참모장(93∼94) 국립훈련소(NTC) 부대장(94∼95) 1기병사단장(95∼97) 육군 작전참모차장(97∼98) 미3군단장(98∼2001) 육군 전력사 부사령관(200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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