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판 '킬링필드'를 주도했던 찰스 테일러(55·사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4일 국제전범재판소에 의해 기소됨에 따라 라이베리아와 인접국 시에라리온의 내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그를 실제 법정에 세울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10여년 동안 내전과 학살, 반인륜 범죄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쳐온 그를 뒤늦게나마 전범으로 지목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환영하고 있다.4년간 계속돼 온 라이베리아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이날 가나에서 열린 정부―반군 간 첫 직접 협상에 참가했던 테일러 대통령은 유엔―시에라리온 합동 국제전범재판소로부터 전범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공개되자 서둘러 귀국했다.
유엔은 체포영장 발부를 가나 정부에 통보했으나, 가나 정부는 "그를 체포하는 것이 내전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 항공편까지 주선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는 다음날인 5일 수도 몬로비아에서 "나를 전범으로 부른다면 신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일축한 뒤 "체포영장 때문이 아니라 가나 방문 중 모의됐던 쿠데타 기도 때문에 조기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모지즈 블라 부통령을 비롯, 쿠데타 가담혐의를 받고 있는 수명의 고위관리들은 이날 사임했다.
1989년부터 반군지도자로 내전을 이끌다 97년 대통령에 당선된 테일러는 지금까지 25만 명 이상이 학살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배후조종한 혐의를 받아왔다. 특히 다이아몬드 광산 이권을 놓고 정부와 10년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시에라리온의 혁명연합전선(RUF) 반군을 지원, '피의 다이아몬드'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전 정권에서 횡령혐의로 미국에 도피했다 체포돼 메사추세츠 교도소 복역중 탈옥한 경력도 갖고 있다. 당시 그가 쇠톱으로 교도소 창살을 잘라 도망갔다거나 교도관이 탈옥을 주선했다는 소문 등 탈옥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설이 분분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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