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에 도착,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갔으나 도착 1시간20분 전에 일본 참의원이 전시 준비법인 '유사법제'를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측 수행단은 곤혹스럽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사법제 입법 강행에 따른 국내 정서 악화로 방일 성과에 손상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빈관에서 공식 환영행사가 끝난 뒤 황궁으로 가 아키히토(明仁) 일본 천황을 방문, 30여분간 환담하면서 현충일에 방일하게 된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이 우리 현충일인데 국내적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감안해 방일하게 됐다"고 말했고 아키히토 천황은 "이런 날 방일해 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천황의 방한 초청이 유효하다는 뜻을 전했다. 아키히토 천황은 "역사에 관심이 많으며 신라, 백제 시대에 한일간에 많은 교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천황에게 백자로 만든 함 1쌍을, 아키히토 천황은 노 대통령 내외에게 도자기와 보석함을 각각 선물했다.
황궁 방문 이후 노 대통령은 영빈관에 여장을 푼 뒤 천황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키 위해 다시 황궁을 찾았다. 저녁 7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계속된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나는 전후 세대의 첫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깊고 오랜 양국의 우호친선 관계가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믿어 왔다"며 "두 나라가 그야말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고태성기자 tsgo@hk.co.kr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은 도쿄(東京) 하네다 공항의 비행기 트랩을 내리기 1시간20분 전쯤 통과된 유사법제로 모양과 분위기가 일그러졌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서 노 대통령의 방일은 유사법제 통과 뉴스에 가려졌다. NHK 방송은 유사법제 통과 과정과 해설을 특집으로 내보낸 반면, 노 대통령 도착 뉴스는 작게 취급했다.
주요 신문의 석간들도 유사법제 통과를 1면 머릿기사로 올렸으며, 노 대통령 방일 관련 기사는 2∼3단 크기로 다뤘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부 신문이 사설에서 노 대통령의 방일을 미래지향적 양국관계의 재도약 계기로 평가한 것이 고작이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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