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연하(梁蓮河·83)씨는 1950년 12월23일 강원 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육군 고 문승범 일병의 처로 남편이 죽은 뒤 53년간을 혼자 살아온 미망인이다. 그는 남편을 국가에 바친 뒤 슬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서 비단장사로 시부모와 시동생 3명을 돌본 '억척 주부'인 동시에 지역사회 봉사에 앞장서는 독지가이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남편의 사망 통지서를 받아 든 양씨는 남편의 뒤를 따르기 위해 여군 입대를 시도했으나 시부모의 적극적인 만류로 결실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양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봉사활동을 통해 극복했다.양씨는 1951년부터 10년간 대한적십자사 회원을 중심으로 '현양회'를 조직해 절미운동, 불우이웃돕기 등 봉사활동에 전력을 쏟았다. 그는 이와 함께 60년대부터 군 부대와 경찰 위문을 통해 '남편 같고, 아들 같은' 군경 위문에도 힘썼다. 63년 3월부터 70년 3월까지는 전몰군경미망인회 제주시 초대 지회장직을 맡아 보훈의 불모지였던 제주에 보훈회관을 건립하는 데 앞장섰다. 변함 없는 봉사정신으로 주위의 존경을 받던 그의 리더십은 IMF 외환 위기 시절 빛을 발했다. 그는 당시 전몰군경미망인회 회원들의 '금 모으기' 운동을 주도해 단 5일만에 6,800여만원 상당의 금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양씨는 미망인 회원을 중심으로 매년 여름 제주 해수욕장이 폐장된 뒤 자연정화활동을 전개하는 '클린 제주도' 운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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