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의 개략적인 전모가 5일 기소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에 대한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현대측이 2000년 6월 북한에 송금한 현금은 산업은행 대출금 2억 달러와 현대건설이 모금한 1억5,000만 달러 등 총 4억5,000만 달러로, 대출·송금 과정에는 마카오 오스트리아 등에 개설된 13개의 북측 계좌가 이용됐으며, 청와대·국정원·현대 수뇌부가 공모한 사실도 밝혀졌다.공소장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2000년 5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조선 아태위원회측과 접촉, 통천 지역 30년 개발독점권 취득을 잠정 합의했고 그 대가로 6월9일부터 12일까지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했다. 특히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과 이중 2,235억원의 송금 등 대부분의 대북송금 과정에 공범으로 개입한 것으로 명시돼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해졌다. 이중 감사원이 발표했던 2,235억원 대북송금은 청와대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송금 하루 전인 8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지시를 받은 김 사장과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김보현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의 소개로 시내 모처에서 만난 국정원 직원 2명에게 달러 환전과 송금을 요청했다. 임동원 원장의 협조 지시를 받은 국정원 직원들은 9일 오후2시께 김충식 사장으로부터 2,240억원과 북측 계좌를 건네 받은 뒤 외환은행 실무자들의 협조로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의 북측 3개 계좌로 분산 송금했다.
현대건설이 송금한 1억5,000만 달러는 자사 런던지사와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각각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지에 개설된 10개 북측 계좌로 분산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은 이 회장과 함께 6월 초 자신의 계동 사무실에서 김 사장과 김재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에게 송금을 지시했다.
한편 4억5,000만 달러 중 공소장에 송금경위가 나타나지 않은 1억 달러는 현대전자가 현대건설 런던지점에 송금했다 증발돼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양수금 1억 달러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밝힌 대북송금액이 5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나머지 5,000만 달러는 평양종합체육관 건설 등을 위한 현물로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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