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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안방은 의왕, 아이방은 군포

입력
200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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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군포시 당정동 LG아파트 107동으로 이사한 김모(54)씨는 자신이 의왕에 사는지, 군포에 사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거실을 경계로 안방은 의왕시 고천동, 아이들 방은 군포시 당정동에 속해 매일 두 도시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오가고 있다. 이사 직후 군포시에 전입신고한 김씨는 취득세, 등록세는 의왕시에 내라는 아파트 게시판 안내문을 본 뒤 더 혼란스러워졌다. 김씨는 "나는 군포시민이냐, 의왕시민이냐"고 되묻는다.김씨 아파트처럼 한 집, 하나의 아파트단지가 두 도시에 걸쳐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 회사가 지역 경계에 상관없이 부지를 매입, 하나의 단지로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어야 할 자치단체들은 눈앞의 이해관계에 급급, 주민 입주 후에도 경계를 조정하지 않아 불편을 키우고 있다.

한 지붕 두 도시

4월19일 준공된 LG아파트에는 10개동 914세대가 있다. 이 가운데 107동은 1, 2호 라인이 의왕시, 4호 라인은 군포시에 포함되고 3호 라인은 57.5%가 의왕시에, 나머지는 군포시에 속한다. 109동은 3, 4호 라인은 의왕시지만 1, 2호 라인은 두 도시에 걸쳐있다. 이처럼 두 지역에 걸쳐있는 아파트만 60세대에 이른다.

입주자대표자협의회 회장 도 성씨는 "토지등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통·반도 정할 수 없다"며 "주민 입주 이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두 자치단체가 이를 소홀히 했다"고 비난했다.

자치단체의 땅 싸움

LG아파트의 문제는 군포시, 의왕시 행정구역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한데다 지방세인 취득세, 등록세 수입까지 얽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자치단체는 의왕시가 아파트 단지 부지 등 2만9,000평을 군포시에 넘겨주고, 군포시는 그 대가로 5만9,000평을 주기로 하고 올초부터 협상을 벌여왔다. 이는 군포에 속하는 세대가 더 많아 단지 전체를 군포시에 포함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일이 꼬였다.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군포시가 아파트 사용승인을 내주자 의왕시는 법원에 사용승인가처분신청을 했다. 군포시는 넘겨주는 땅이 받는 땅보다 2배 이상 넓은데도 의왕시가 무리한 조건을 내건다고 반발했다. 인도하는 땅에 하수종말처리장 등 혐오시설을 건설하지 말라는 게 의왕시의 조건이었다.

이런 가운데 군포시는 아파트 단지에 이동민원실을 설치, 전입신고를 받은 데 이어 단지 주민 전체로부터 취득세, 등록세를 받고 있다. 그러자 의왕시는 의왕에 속하는 지역은 물론, 두 도시에 걸쳐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점유 비율에 따라 세금을 내라는 안내문을 최근 발송했다.

의왕시 관계자는 "단지의 일부는 아직 의왕시에 속하기 때문에 세금 부과는 당연하다"며 "우리가 받을 세금은 10억원 가량"이라고말했다.

주소에 따라 아파트 값 달라

안양시 평촌동 대우아파트는 21개동(1,996세대) 가운데 4개 동은 의왕시, 나머지는 안양시에 속한다. 그런데 같은 평수라도 속한 지역에 따라 집값이 다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학부모들이 안양권학군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30평형대 아파트 값이 3,000만∼5,000만원 더 비싸다"며 "행정구역이 어디에 속하느냐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경계문제는 세금부과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않다"며 "자치단체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원활한 해결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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