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와 금융부문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수출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하강이 심화하고 있는 반면, 카드채 시장이 살아나고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등 금융부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전문가들은 금융시장만 유독 활기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국내 경기가 2·4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물 경기지표는 환란 이후 최악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실물경기의 하강국면이 심화하고 있다. KDI는 "소비부진이 생산과 투자부진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경기수준을 보여주는 4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하락했고, 5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 역시 전월보다 낮아진 84.7로 7개월 연속 100 미만을 기록하는 등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그러나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반도체가격의 급락세가 진정된데다 외평채 가산금리 역시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0.79%를 기록하는 등 대외신인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증시·채권시장 분위기 반전 기미
국내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1주일 동안 40포인트 이상 급등, 추가 상승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5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7일째 순매수(총 매도 금액보다 매수 규모가 많은 것)를 이어가며 1,856억원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지난달 28일부터 1주일 동안 사들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9,83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증시가 활기를 되찾은 원인으로 뉴욕 증시의 상승과 외국인 매수세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른 부동자금 유입 기대감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경기가 2분기나 3분기 중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4조원 가량의 추경예산이 편성되고 투자활성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3분기부터 내수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살아난다는 '신호'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 성장 동력인 수출증가세의 둔화와 노사문제 등이 버티고 있어 가시적인 경기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분석팀장은 "6월말 이후 본격화할 대규모 노사분규와 SK글로벌 사태, 불안이 가시지 않은 카드채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경기회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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