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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스마일 매니아 대표 박승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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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스마일 매니아 대표 박승대씨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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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야 사는 세상. 가수도 탤런트도 웃기기 경쟁에 나서고,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남을 웃길 개인기 하나는 가져야 대접받는 시대이다. 영화도 웃겨야 뜨고, 결혼 상대의 조건에도 유머감각이 윗자리를 차지한다. 이제 웬만큼 웃겨서는 웃지 않는 세상에서 남을 웃기는 직업은 말 그대로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대학로 뒷골목의 지하 소극장 갈갈이홀. KBS의 인기 코미디프로 개그콘서트를 이끌어 가는 (주)스마일매니아 소속 '갈갈이 패밀리'의 17명과 연습생 60명이 머리를 쥐어 짜고,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는 '개그 만을 위한 공간'이자 개그스타 제조공장이다. 대표는 멀대 박승대(36). 요즘 KBS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로 일주일에 한번 얼굴을 비치는 그는 성공한 개그맨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박준형 정종철 이승환등 스타를 줄줄이 배출하는 산파이자 계그계 영향력 1위의 매니지먼트사 사장이다.스포츠계의 명감독들이 대부분 무명선수 시절의 아픔을 갖고 있듯이 그 역시 후배 양성을 통해 꿈을 이룬 경우이다.

85년 KBS 공채로 데뷔, 유머 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에서 "좋습니다"만 연발하는 이사로 시작해 쇼 비디오 자키 '동물의 왕국' 코너에서 곰으로 분장해 제법 얼굴을 알렸던 박승대. 그는 92년 방위복무로 1년을 쉰 후 전공(단국대 무역학과 졸)을 살려 곡물수입등 몇가지 사업을 벌였으나 재미를 못 보고 방송에 복귀했다. 그러나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99년 10월 방송국을 떠났다.

대신 후배들을 키워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버려진 개그맨들을 모아 대학로로 가자. 그리고 열심히 실력을 닦아서 다시 방송국에 돌아오자." 그의 제의에 재능은 있지만 자리를 못 잡고 겉돌던 박준형이 뜻을 같이 하면서 이승환 김현기를 데리고 왔다.

넷은 소극장을 임대하고 스마일 매니아란 팀을 만들어 공연을 시작했다. 돈이 아니라 방송국 복귀를 위해서였다. 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에 가기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땀을 흘리지 않는가. 월요일만 빼고 매일 갖는 공연은 관객 10여명을 놓고 진행하는 적도 많았다. 그러다가 2001년 5월 정종철이 합류해 박준형 이승환과 '갈갈이 삼형제'를 구성하고 박준형이 무를 갈아대기 시작하며 관객이 몰렸다. 아예 소극장을 인수해 갈갈이 홀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제는 수·목·금 1회, 토·일요일 3회씩 갖는 공연이 모두 만원이다.

이 무대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험장이기도 하다. 방송국의 개그콘서트와 달리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관객들의 평가는 엄격하다. 그들을 웃기면 무조건 방송에서 통하는 것이다. 소문이 나면서 개그를 하겠다는 지망생들도 꾸준히 몰려 들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의 오디션에는 30,40명은 기본이고 많을 때는 100명까지 참가한다.

갈갈이 패밀리 17명중 당초 방송공채 출신이었던 멤버는 박준형 이승환 정종철 임혁필등 4명뿐이고 나머지는 전단배포부터 같이 하며 꿈을 키운 연습생 출신이다. 정예멤버 17명에게는 화요일 하루만 휴식이 주어지고 나머지는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 녹화, 공연으로 빈틈이 없다. 일요일에는 '20개 도시 전국투어'를 진행중이다. 심야와 새벽에는 영화촬영이 있다. 1∼2시간씩 토막잠을 자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보람과 젊음 때문에 견뎌내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월 심현섭 강성범 김대희를 비롯한 스타밸리 소속 멤버들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존폐가 거론될 정도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댄서 킴' 김기수를 비롯한 스마일 매니아의 새 얼굴들과 '생활사투리' '타이즈와 홀쭉이' '우격다짐' '무사개그' '우비 삼남매'등 새로운 코너들이 등장하자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시청률 1위로 뛰어 올랐다. 기존 스타들에 대해 경고와 자극을 주는 전화위복의 사건이었다. 이제는 누구도 지금의 인기에 안주할 수 없게 됐다.

부사장을 맡고 있는 박준형은 아이디어의 보고이다. 대학(인하대 경영학과)때부터 아버지의 병원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전철역 주변에서 테이프 장사를 하고 밤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콤플렉스였던 두 개의 앞니 덕분에 벼락스타가 되며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무를 갈았다.

냉면이 너무 먹고 싶어 아예 냉면집 종업원으로 들어가 주방장까지 했다는 정종철은 무기인 못생긴 얼굴에 성대 및 각종 기계음의 모사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승대의 눈에는 임혁필의 가능성이 1%도 안돼 보였다고 한다. 아무리 웃기려 해도 우습지가 않았다. 하지만 끝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발굴해 내며 이제 얼굴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는 개그맨으로 변신했다. 박준형의 옆에서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는 '땅거지' 에서 '영국의 권위있는 귀족 세바스찬'으로 올라가 듯 자신도 급속한 신분상승을 이룬 것이다.

박승대는 "개그맨에게 선천적인 재능은 80%이고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20∼30년을 갈 수 있으며 임혁필이 본보기라는 것이다.

박승대 자신은 중3때 주병진 김형곤 심형래등을 보면서 개그맨의 꿈을 갖게 됐다. 대학서 무역학과를 선택한 것은 "개그를 하기 위해 우선 돈을 벌자. 돈을 벌려면 우리끼리 좁은 땅에서 싸울 게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하자"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입학 후 공부는 포기하고 서울예전 명물 표인봉 전창걸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 '괴짜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학을 돌며 마땅한 장소만 있으면 자리를 펴고 웃음을 전파하다가 4개월만에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면서 아쉽게 갈라졌다. 표인봉 전창걸은 7년후 개그계에 합류했다.

그는 2000년 1월부터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를 맡고 있다. "언제나 밝은 소식만 전하는 해피통신"이 그의 첫 멘트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의 스캔들과 사건 사고에 관심이 있지만 밝고 깨끗한 웃음, 편안한 웃음을 전달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결혼 연애 CF출연 소식과 불우이웃돕기행사 등만 취재해 전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상당히 후한 편이다. 신인과 스타를 가리지 않고 수입의 70%를 떼어 주고 있다. "내가 돈을 먼저 바랐으면 회사가 안 됐을 것이다. 우선 상대에게 믿음을 줘야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영화도 투자자를 생각해 발로 뛰며 비용을 아껴 제작했다. 다음달 초 시사회를 가질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는 14년만의 대박을 노리고 만든 어린이 대상 영화. 89년 270만명을 동원했던 '영구와 땡칠이'의 기록을 깨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박승대는 먼저 자신의 돈 3억원을 넣고 투자자를 모아 20억원을 만들었다. 영화가 실패하면 제작자도 같이 손해 본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결국 절약끝에 12억원만 썼고 나머지는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서머타임이란 타이틀의 음반도 7월초 출시할 예정이다. 또 개그콘서트에서 방영하지 못한 내용을 모은 코미디 콘텐츠를 KTF를 통해 모바일로 공급하고 있다. 처음 5억원을 내놓고 "이 돈이 떨어질 때까지만 대학로에서 고생을 해보자"고 했는데 당분간은 돈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한 달에 3.000∼4,000만원을 버는 멤버도 생겼고 연습생 중 10명 정도는 당장 개그콘서트에 올라가도 될 만큼 실력을 쌓았다.

그러나 식구가 늘다 보니 빠르게 올라가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과 언제 닥칠 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사업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개그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음반 모바일로 진출하는 게 그것이다. 또 웃기는 사업만 할 게 아니라 실력 있는 연기자와 가수를 찾아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예계 동향을 계속 가까이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중에도 리포터 일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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