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조각가 문신(文信)의 미술관을 알아보러 인터넷에 들어간 적이 있다. 유명 조각가 문신의 자료는 달랑 한 건 뿐인데, '문신(文身)'에 관한 정보는 수십 건이었다. 눈썹 미용을 위한 간단한 문신부터 용이 꿈틀거리는 일본의 화려한 '이레즈미'까지 각양각색의 문신이 파노라마처럼 소개되고 있었다. 아름답게, 혹은 남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새삼 감탄스러웠다. 주변에서 하트 모양이나 '일편단심(一片丹心)' 등의 소박한 문신을 한 사람들을 보면 신기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문신은 나와는 무관한, 다른 개성과 문화의 표현이라고 여겨왔을 뿐 그것을 백안시도 청안시도 하지 않았다.■ 문신은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물감을 들여 글씨 ·그림 ·무늬 등을 새기는 일이다. 문신 풍습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해 왔으며 기원전 2000년 무렵의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되었다. 흔히 종교적·주술적 의미를 지니는 문신은 미개문명에서 뿐 아니라, 비록 소수에게 사랑 받긴 하지만 이 시대까지 당당하게 살아 남은 문화다. 지난 4월4일자 뉴욕타임스는 '슬픔은 가슴을 찢고, 추억은 살갗을 뚫는다'라는 제목으로 문신을 새긴 남성들을 소개했다. 건장한 남성의 팔뚝에 새겨진 그 문신들은 9·11 테러와 연관된 것들이었다.
■ 사진작가가 촬영한 이 9·11테러 관련 문신 사진들은 2개월 간 뉴욕시 한 전시장에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한 소방관의 팔에는 불 구덩이 속에서 화마(火魔)와 싸우는 동료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다른 소방관에는 희생된 동료의 헬멧을 천국으로 실어 나르는 독수리와 천사들이 새겨져 있었다. 더욱 눈물겨운 문신은 테러로 숨진 딸 미셸(27)의 웃는 모습을 새겨넣은 뉴욕시 교육공무원 조지 헨리크의 것이었다. 그는 세계무역센터에서 근무하다가 희생된 딸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문신을 했다.
■ 지난달 31일 한일 친선 축구경기에서 안정환 선수는 국민에게 놀라운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는 절묘한 결승 골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골 세레머니에서도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월드컵 대회 때는 없던 문신이 양 어깨를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HYEWON LOVE FOREVER(혜원을 영원히 사랑한다).' 아내를 위한 이 문신은 또한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 1주년을 맞아 국민에게 뭔가 변화를 주어 기쁨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영문 대신 한글로 새겼더라면 하는 점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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