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 주무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진보적 역사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민족정기 회복과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에 국고가 지원되는 데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4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성무 당시 위원장 등 국사편찬위원 12명(전체 17명)은 지난해 1월30일 국편위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위원들은 "잘못되면 살생부가 될 수 있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에 교육부나 국편이 지원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상당히 정치적인 것이어서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등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국편이 간여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위원은 "결의를 해서 국회가 예산을 도로 가져가라고 하자"고 발언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축이 돼 199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은 2002년 교육부 배정 예산에 '한일역사연구'라는 항목으로 2억원의 연구지원금을 받았다. 당시 교육부는 국편을 통해 지원금을 민족문제연구소에 전달하도록 했다.
일부 국편위원들은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지원을 국회가 의결한 것 자체를 문제삼기도 했다.
한 위원은 "국회가 평소 월권을 잘 하는데 민간단체에 국고지원을 의결한 것은 대표적 월권"이라고 발언했다. 또 다른 위원은 "민족문제연구소 사람들은 능력이나 여러 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민족문제연구소를 폄하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는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성대경 성균관대 대학원장, 문학평론가 임헌영씨, 조동걸 국민대 대학원장 등이 지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의록에는 이성무 위원장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우려를 하니 그 부분을 명백하게 기록에 남기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한편 당시 국편위원들이 문제 삼은 민족문제연구소에는 현재 국편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국사학계에 친일문제 연구를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예상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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