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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표어를 業으로 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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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표어를 業으로 짓는 사람들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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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표어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나라에 살고 있어서 이제 어느 정도 무감해져도 좋으련만 그래도 길을 가다가 재미있는 표어를 만나면 한참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된 것은 약 8년 전부터다. 그 무렵 홀연 '현상공모'라는 잡지가 창간됐다. 월간 '낚시'나 '바둑'처럼 제목과 내용이 그대로 일치하는 잡지였다.현상공모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여 독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게 창간 취지였다. 인터뷰 코너도 있었는데 창간호에 등장한 사람들이 바로 '표어를 짓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 잡지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서로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며 전국의 시·도·군청과 정부 중앙 부처, 정부투자기관의 표어공모 정보를 공유해 왔다고 한다. 들으면 금세 알만한 유명한 표어들이 알고 보니 거의 모두 그 모임 회원들의 작품이었다. 또한 그들은 표어 짓기가 고도의 전문직이기 때문에 소수의 전문가들이 거의 대부분의 공모를 휩쓸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어로만 월수 100만원 이상을 거뜬히 올린다는 그들이야말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다들 어디 계신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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