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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국책사업 / 새만금 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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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국책사업 / 새만금 해법없나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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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공사 중단을 위한 대대적인 집회를 갖기로 한 반면 전북지역은 공무원까지 '사표투쟁'에 나서 새만금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새만금에 대한 해묵은 논란들이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는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는가 하면, 과장과 억지 주장도 난무하는 것이 현실.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한 분노를 버리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찬반 양측의 주장을 비교해 본다.가치논쟁

새만금 논란의 첫 출발점은 우선 갯벌과 논의 가치 비교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금을 쇳덩이로 만드는 작업"이라며 갯벌의 가치를 치켜세운다. 심지어 갯벌의 가치가 간척지의 100배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반해 사업옹호론자들은 갯벌의 가치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가장 쉽게 거래가격만 따져도 새만금 인근 부안지역의 경우 농지는 평당 3만원에 거래되지만, 갯벌은 3,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직접적 생산물만 비교했을 때 논의 가치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쌀 생산으로 연간 2,118억여원의 순이익이 창출되지만, 갯벌파괴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은 연간 500여억원 정도다.

하지만 논의 공익적 가치, 갯벌의 수질정화기능 등 계량화하기 힘든 논의가 뒤섞이게 되면 학자들마다 중구난방이다. 2000년 새만금 사업을 재검토하기 위해 구성됐던 민관공동조사단은 간척지 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연간 6,700억 정도인데 반해, 갯벌의 이익은 2,876억 정도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찬반론자 간에는 어김없이 서로 "과장됐다"는 설전이 뒤따랐다. 예컨대 간척사업의 국토확장효과를 추가로 계산할 수 있느냐 등의 논란이었다.

논이 필요한가

"논의 가치가 우월하다"는 논리는 그러나 농림부가 새만금 사업 재시행 100여일만에 쌀증산정책을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반전됐다. 농림부가 휴양경지에 대해 1ha당 연간 300만원을 보상하면서 2005년까지 농지를 13만ha 축소키로 한 것. 환경단체들은 "쌀이 남아돌아 농지를 놀리는 마당에 2만8,000ha를 조성키 위해 3조2,570억원이란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반발했다. 논과 갯벌의 가치를 따질 필요도 없이 새만금 사업의 애초 추진 목적 자체가 상실됐다는 주장이다. 농업기반공사측은 이에 대해 "없어지는 농지는 다락논 등으로 대규모 영농을 위한 우량농지 확보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복합산업단지 가능한가

새만금 논란이 더욱 복잡해진 것은 간척지가 무엇으로 사용되느냐에 대한 갈등이 큰 몫을 했다. 농업기반공사는 계속 '농지 조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북도는 복합산업단지안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문제는 복합산업단지를 만들 경우 지반을 메울 수 있는 엄청난 토사를 구할 수 있느냐이다. 농지 조성시에는 물만 빼면 되지만, 산업단지 건설시에는 간척지를 메울 엄청난 양의 토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기반공사 관계자조차 "전북도가 뭔가 착각하고 있다"며 "토사 때문이라도 간척지는 대부분 농지로 사용될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새만금 사업

새만금 간척사업은 식량확보와 낙후한 전북지역 개발이라는 목적으로 1991년 시작됐다. 전북 부안군 대항리에서 신시도를 거쳐 비응도까지 33㎞의 방조제를 건설, 내해 4만100ha를 토지(2만8,300ha)와 담수호(1만1,800ha)로 개발하는 국내 최대의 간척사업이다.

방조제 건설에 1조9,418억원, 내부개발에 1조3,152억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지금까지 방조제 건설에 1조4,0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엄청난 사업 규모로 인해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란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90년대 중반 시화호 오염사건을 계기로 간척사업의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되면서 새만금은 환경보호론과 개발론이 맞서는 가장 첨예한 현장이 되고 말았다.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99년부터 2년여동안 사업이 중단된 채 민관공동조사단이 꾸려져 사업이 재검토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나온 결론은 '순차적 개발 방안'. 동진강 수역(1만3,200ha)을 먼저 개발한 후 오염이 심한 만경강 수역(1만5,100ha)은 수질기준 확보 방안을 마련한 후 개발하는 방안이다. 수질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습지·침전지 환배수로 설치, 하수처리장 확충 등 각종 환경보전 대책도 강화됐다.

하지만 재검토 후에도 논란은 식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또 신규산업 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할 오염총량관리제, 화학비료사용량 감축 의무화, 그린벨트 보전 등 만경강 수질개선을 위해 각종 개발 억제책이 제시돼 향후 새만금 내부 개발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구상기획단 구성도 못해

환경의 날을 앞두고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이 4일 백지 성명을 일제히 냈다. 예년 같으면 논평을 통해 각종 환경정책 제언이 쏟아졌겠지만, 올해는 아예 '할 말이 없다'는 논평밖에 하지 않은 것. 가장 큰 불만은 정부가 새만금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 신구상기획단을 이달초 구성키로 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들은 실망하고 있다.

신구상기획단이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당내에서 아직 논란이 있고 농림부과 환경부 사이의 이견도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구상기획단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까지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내부용지의 사용방안에 대해서만 토의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농업기반공사는 4호 방조제의 개방구간 1.8㎞를 이달내 막을 예정이어서 새만금을 살릴 수 있는 시한은 점점 줄어만 가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의 날 행사에 대통령과 총리 모두 참석치 않게 됐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6일부터 일본 방문 길에 오르고 고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때문에 기념식 참석이 어렵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지만 환경단체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김타균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새만금 신구상이 흐지부지된 채 방조제가 완성돼 새만금 사업의 재검토가 무산되면, 후유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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