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혜가 빛이라도 볼 수 있다면…."지난해 11월 신생아 평균체중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820g짜리 초(超) 저체중아로 태어난 소혜(여)는 생후 7개월째인 지금도 산소호홉기를 떼지 못하고 있다. 좁은 단칸방에서 소혜를 돌보고 있는 어머니 이경애(26)씨와 아버지 신진호(34)씨는 "숱한 고비를 넘기고 지금은 체중이 3.6㎏까지 늘어났지만 소혜가 앞을 못보게 된다고 해 눈앞이 캄캄하다"며 연신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임신 7개월만인 지난해 11월25일 태어난 소혜는 원래 언니 지혜와 함께 태어난 쌍둥이였다. 하지만 언니 지혜는 생후 2개월만에 시름시름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소혜마저 '미숙아 망막증'을 앓아 앞을 못보게 될 위기에 처했다. '미숙아 망막증'은 다 자라지 못한 망막을 갖고 태어난 미숙아들에게 잘 나타나는 병으로, 소혜는 이미 병세가 상당히 진행돼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수술을 받을 경우 빛은 구분할 수 있을거라는 의료진 설명에 신씨 부부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6개월동안 들어간 병원치료비 3,000여만원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서둘러 소혜를 퇴원시킨 신씨 부부는 친지들이 마련해준 단칸방에서 힘겹게 소혜를 돌보고 있다. 게다가 사업실패 후 막노동에 나섰던 신씨마저 허리를 다쳐 생계가 막막한 형편이다. 소혜는 지금 남은 한쪽 눈 수술 외에도 각종 합병증의 발병을 막기위한 외래치료도 받아야 한다.
소혜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경희의료원은 5일 연예인 농구단 '베니카'와 의료진간 농구대회를 여는 등 소혜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행사를 마련했다. 이날은 건강하게 퇴원한 미숙아 30여명과 함께 현재 입원해 있는 미숙아들을 초청하는 행사도 열린다. 어머니 이씨는 "소혜를 살렸다는 기쁨도 잠시, 소혜가 앞을 볼 수 없다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소혜에게 빛이라도 보게 해주는 게 유일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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