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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 프로/사진작가 김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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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 프로/사진작가 김중만

입력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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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대개 그들의 이름 석자만 떠올리죠. 그래도 한 30년 지난다고 생각해 봐요. 그 안에 바로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을 테니까..."최근 28년 동안 작업한 연예인 175명의 작품을 담은 두 권짜리 사진집 '애프터레인(After Rain·소담출판사)'을 낸 사진작가 김중만(49)씨의 작업실은 새 소리로 가득하다. 창가 나무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에 마음을 뺏겨 키우게 됐다는 새 열 마리, 정확히 말하자면 문조 여덟 마리와 앵무새 두 마리가 그와 함께 산다.

길게 땋아 내린 헤어스타일도 심상치 않다. "예전부터 '라스타'(Rasta·길게 땋은 머리 모양을 한 사람)를 좋아해서 긴 머리 자르기 전에 재미 삼아 한번 해봤는데 여덟 시간이나 걸렸어요. 아휴, 잘라야지…, 이러구 계속 살면 욕먹어요. 나이가 몇인데…."

사진작가 지망생들의 우상인 그는 이번 사진집이 척박한 환경에서 고전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매년 3,000여명씩 배출되는 사진학과 졸업생에게 '우리나라에서도 원하는 사진 찍으면서 사진집 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사진은 95%의 기술과 5%의 영혼으로 이뤄진다. 문학작가나 화가와는 달리 사진에는 작가의 삶이나 철학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잘 알려진 그의 평탄치 않았던 인생역정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지만 자랑스럽지도 않다'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약 10년 동안 세 번의 이혼, 두 번의 강제추방, 한 번의 정신병원 입원, 한 번의 구치소 수감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때마다 바닥을 치고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평범하지 않은 삶 때문에 대중과 언론으로부터는 과분한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사진보다 제 인생 자체가 부각되는 것은 싫었습니다."

연예인 사진집을 내면서도 자신을 대중과 스타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로만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말하는 가장 '포토제닉'한 연예인은 임재범. 음악에서 묻어나는 감성을 삶에서 그대로 드러내는 가수로, 조용필 김현식을 잇는 '한국의 제대로 된 남자가수'라고 극찬한다.

그가 좋아하는 연예인 중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한 표현력을 지닌 강타, 막 일어난 듯한 노메이크업의 얼굴을 가진 이미연, 예쁘게 보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장진영 등도 포함돼 있다. 죽음을 예감한 듯 한 바닷가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졸랐던 김현식도 그가 잊지 못하는 연예인이다.

김씨는 이르면 올해 말 우리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 엽서사진을 모조리 바꾸려는 겁니다. 관광엽서에 칠팔십년대 사진이 그대로 실린 것을 볼 때마다 사진 작가로서 창피했거든요. 자연 사람 예술품 등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면 구별없이 많이 찍을 겁니다. 이거, 국가가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는 이번 사진집 출판과 함께 7∼21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사진전을 갖고 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UNICEF)에 기부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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